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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47] 한국이란 무엇인가?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사유한다.

by 서민호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어크로스, 2025년 4월, 볼륨 295쪽.



제목에 끌려 집어 든 책입니다.

김영민 님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입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하는 분으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던 분입니다.


올 4월에 나온 책인데요. 여러 매체에 발표된 글들과 12.3 비상계엄 이후 새로 쓴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한국이라는 共同體를 다시 思惟한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 세 부분으로 나눠,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입니다. 책을 내게 된 이유로 “지금껏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이 무너지고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는 지금,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 말합니다. “이제 한국을 다시 생각할 때가 왔다. 한국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숙고할 때가 왔다(15쪽)”는 문장에 잘 담겨 있다 생각됩니다..


1부 ‘한국의 과거’는 홍익인간 이념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홍익인간의 이념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어 신선합니다. 이념, 신화, 고대, 고전, 국가, 임금, 불교, 정치공동체, 보편과 특수, 유사종교, 노비, 독립운동, 식민 체험, 정치신학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요. 글을 읽으며 느낀 점이라면 문체가 독특하다는 점입니다. 정치학부 교수이기에 사회 전반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을 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역사 지식에도 전문가 못지않다는 사실에 ‘이분 역사 전공이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과거를 지나 2부 ‘한국의 현재’는 군사정권, 민주주의, 혁명, 시민사회, 근대화, 대학, 청년, 어른, 이민, 사진, 건축을 다룹니다. 이중 진주 시민운동 大父인 김장하 선생에 대한 꼭지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동과 소회를 뛰어넘어 ‘어른 김장하’가 조망한 삶이 한국 시민사회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여러 번 읽게 됩니다. 평등을 추구하고, 차별에 반대하며, 인권을 옹호하고, 보통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을 지탱한다는 김장하 선생의 思想과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態度, 한자리해 먹기 위해 선행을 한다는 주변 의혹을, 끝내 정계의 ‘한자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대답을 대신한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다음 책으로 읽을 예정인 책이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한 책 [줬으면 그만이지(김주완)]인데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3부 ‘한국의 미래’에서는 소원, 기회, 개혁, 선택지, 새 이름, 기적, 보수, 멸망이 키워드입니다.


저자는 지난 5/9일 진행된 북토크에서 “겹겹이 쌓인 한국의 문제를 우리가 충분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죽기 전까지 꾸준히 답해볼 만한 큰 질문이 바로 ‘한국이란 무엇인가?’란 화두였다”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날 공통으로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와해된 상태에서도 ‘말하기, 듣기. 쓰기’가 제대로 된다면, 반복적인 논의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점에서는 그다지 희망적이 아니라고 전망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책 말미에 “한국이라는 사회가 시시각각으로 분해되어 가는 오늘날, 고통스럽더라도 기꺼이 그 고통을 감내하고 싶어지는 새로운 분투, 그 분투를 독려할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 분투 속에서 한국은 기꺼이 살고 싶은 곳으로 변할 것이다”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잘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을 제일 모르는 사람 역시 자신이라 생각됩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고요. 잘 알고 있다 생각하면서도, 日常으로 살아가기에 잘 모르고 있던 한국에 대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일독을 추천합니다.


올해 47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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