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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52] 일생에 한 번은 헌법을 읽

흔들릴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에 대하여. 이효원

by 서민호

[일생에 한 번은 헌법을 읽어라]

부제 : 흔들릴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에 대하여

이효원, 현대지성, 2024년 8월, 볼륨 325쪽.



박주민 의원의 책에 이어 연이은 헌법 책입니다/

이효원 님은 서울대를 나와 검사로 13년을 재직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연수했고, 지금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1965년 경북 안동産.


원래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인 임지봉 교수 책 [당신이 헌법이다(2025.05)]를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하려다, 그 책인 줄 알고 오인해 구입한 책입니다. 우연한 조우랄까요?


헌법이란 최고법으로 국가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핵심가치를 요약한 근본규범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헌법적 가치 때문”이라며, “우리는 국가 그 자체를 사랑해서는 안 되고, ‘국가를 사랑하는 이유’를 사랑해야 합니다. 국가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은 모두를 파멸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 서문에 밝히고 있습니다. 12월의 내란의 밤을 예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책은 2024년 8월에 출간되었습니다. 독자들이 헌법을 가볍고 쉬운 기분으로 편하게 일독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는데요. 박주민 의원의 [주민의 헌법]과 동일하게 헌법 전체를 조문 순서대로 제시하며, 그 안에 담긴 속뜻을 자세히 풀은 내용에, 자신이 살면서 문득 떠오르는 내면의 주관적 사유를 함께 담았습니다. 각자의 장점이 있기에 두 책을 비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굳이 두 권중 한 권의 책을 추천하라면 [주민의 헌법]이 가독성이 높고 학구적 자세보단 의원으로서 실제 정치를 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씌었다는 점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싶습니다.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된 헌법 전문을 한 마디로 “대한민국은(주어) 헌법을(목적어) 개정한다(서술어)”, 즉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니 "국민이 헌법을 만들었다"라고 요약합니다. 더불어 "권력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힘이므로 본질적으로는 폭력적인 성격을 지님"을 경고합니다. 그러기에 "주권자로서 정치권력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어야 하며, 국가 수준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적 의식을 뛰어넘지 못한다" 일갈합니다. 우리가 정치와 헌법에 관심을 가져야 되는 이유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지식을 얻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우리 헌법에서는 망명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고요.


본류와는 무관한 이야기지만 저자의 독서법이 특이해 잠시 소개합니다. “나의 독서법은 3회 독이다. 처음엔 책에 공감하고 감동한다. 두 번째 독서엔 책을 통해 나를 반성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세 번째 읽을 때에는 책의 내용을 소화하고 체화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엔 쇼펜하우어의 2 회독 독서법을 연상했었는데요. 이어서 “그리고 좋은 책을 만나면 3 회독을 세 번 반복한다”라는 문장에서 멘붕이 오더군요. 공자의 '위편삼절'도 아니고…


현재의 헌법은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 중이니 올해로 37년째 적용 중입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서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새로운 내일은 기대할 순 없다”는 문장이, 우리에게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로 읽히는 건 제 혼자만의 생각이겠죠?


두 권의 헌법 책을 읽으며 헌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실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제 희망 사항은 국가와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헌법을 인식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한민국 그 자체를 사랑하기보단,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이유’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올해 52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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