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건축가 유현준의 인간과 공간의 共進化의 역사
[공간 인간(호모 스파티움)]
유현준, 을유문화사, 2025년 3월, 볼륨 392쪽.
인문건축가인 유현준 교수의 7번째 책입니다. 워낙 유명한 분이니 저자 소개는 생략.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 [어디서 살 것인가(2018)],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2019) – 양해철 작가의 사진 백 여장과 글이 어우러진 책, 와이즈베리에서 출간-], [공간이 만든 공간(2020)], [공간의 미래(2021)], [유현준의 인문 건축기행(2023)] 책을 모두 다 읽었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작가님 마니아인 거죠.
“건축은 관계를 디자인한다”라고 말합니다. 건축 공간이 만드는 관계가 어떻게 사회를 진화시켜 왔는지를 다룹니다. “사람(人)의 의미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서 찾고, 공간은 비어있는 것과 비어있는 것 사이의 관계에서 찾는다”며,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인간을 만들어 왔던 것처럼 인간과 공간의 共進化의 긴 역사를 풀어냅니다.
역사학자 설민석을 저격했던 한국이집트학연구소 곽민수(1979년생) 소장이 유교수의 [공간이 만든 공간]에 대해 “사실 관계에 부정확한 것들이 많다”라며 “책의 2장까지만 읽고 그 이후부터는 (읽을 가치가 없어) 읽지 않았다”라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인지, 들어가는 말에 “이 책은 ‘건축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건축 공간 발달史다. 그런 나의 시도가 역사전문가들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바란다. 자료를 해석하는 데 있어 역사학자와 건축가의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중략)… 다양성이라는 가치 면에서 건축가가 쓴 빅 히스토리를 용납해 주시면 좋겠다”는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을 가질 때 비로소 인생의 가치가 만들어진다”는 작가분 입장에 적극 찬성합니다.
17장 구성입니다. 공간 건축의 時代順으로 인류 최초의 공간인 모닥불부터 시작해 동굴벽화, 괴베클리 테페, 도시, 지구라트, 피라미드, 모세의 성막과 솔로몬 성전, 그리스 원형극장, 도서관(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아퀴덕트(로마의 수도교), 교회, 공장/기차역/학교로 대표되는 기계와의 동맹을 만든 건축, 파리의 하수도와 방사형 도로망, 제1회 세계무역박람회(EXPO)가 열린 런던에 건축된 수정궁, 수직으로 공간 확장된 엘리베이터/자동차/전화기/냉장고와 융합한 도시를 거쳐, 인간이 만든 가상공간인 인터넷 공간과 현재 진행 중이거나 미래에 등장할 ‘스마트 시티’까지 총 17가지의 건축과 공간을 하나씩 다루고 있습니다. 읽을거리들이 많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요약은 생략합니다, 직접 읽어보시길.)
밑줄 긋고 옮겨 적은 구절 몇 개 옮겨 봅니다.
“종교 시설은 주거와 가까울수록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73)”.
“문명이 만들어지려면 도시가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93).’
“과학이 없던 시절에는 종교가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유일한 방식이다(150)”.
“혁신은 주로 소장파에서 나온다. 기득 세력 내에서는 변화에 대한 저항 때문에 혁신적인 변화가 쉽지 않다(154)”.
“책이란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지성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도구이다(212)”.
“건축은 두 가지 면에서 자연과 투쟁한다. 중력과 빛(光)(266).”
“수정궁이라는 건축 공간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소비자’라는 하나의 계층으로 통합시킨 장치다(305).”
인류역사상 네 번의 정보 혁명. 1) 文字 혁명 : 다른 시간대와 공간에 있는 사람의 생각을 만나는 것이 가능해 짐. 2) 종이의 발명 : 정보 전달과 보관의 혁명. 3)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명 :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일 수 도. 4) 맥킨토시(234).
“도시를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 만들려는 시도가 바로 스마트 시티다(263).”
인류 역사상 네 번의 공간혁명. 1) 바퀴와 말 : 육지 공간을 확장. 2) 삼각돛 : 지구의 70%을 차지하는 바다 공간으로 확장. 3) 엘리베이터와 강철 : 높이로의 확장. 4) 인터넷의 발명 : 인간이 만든 빅뱅. 가상공간으로까지 확장(380).
아주 친한 동생이 먼저 읽고 기독교적 관점으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려주더군요. 동양은 목재 건축이고 서양은 석재 건축이니 오랜 시간을 견딘 건축물은 돌로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서양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점은 저자가 책에서도 밝히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시점으로 풀어 나간 책. 새로운 시각과 참신한 해석이 저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온 책입니다. 일독을 추천합니다.
올해 53번째 책읽기.
#유현준 #공간인간 #호모스파티움 #독후기록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