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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54]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스님

by 서민호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스님, 그림 김인중, (사) 맑고 향기롭게 편집, 열림원, 2025년 4월, 볼륨 253쪽.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신 게 2010년 3월이니, 벌써 열다섯 해도 지났습니다. 그보다 한 해 전인 2009년 2월에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먼저 선종하셨으니, 두 해에 걸쳐 사회에 선한 영향을 준 종교계의 큰 어르신을 잃었습니다.

책은 법정 스님께서 펴낸 여러 권의 책들 中 좋은 글귀를 가려 뽑아 올 4월에 펴낸 책입니다. 1장 마음이 피어나는 순간, 2장 고요 속에서 들리는 소리, 3장 마음에 꽃을 심는 일, 4장 가볍게 떠나는 연습, 네 장 구성입니다.

책 중간중간에 김인중 화백이자 신부님 작품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불친절(?)하게도 김인중 님에 대한 소개는 책 어디에도 없습니다. 신부님은 1940년 생으로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69년 스위스로 유학을 떠납니다. 1974년 파리 가톨릭 도미니크회 사제로 서품 받은 신부님이기도 한데요. 동양화의 ‘일필휘지’를 응용한 독창적인 화풍으로 작품활동을 해 온 공로로 2010년엔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훈장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KAIST 초빙 석좌교수로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분입니다. 올해로 85세.

법정 스님이나 김수환 추기경님 같은 분들의 글을 읽는 이유는 단지 말씀이 좋아서가 아니라, 이런 말씀을 실생활에서 몸소 실천(行)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언행일치’라고나 할까요? 절반은 읽은 기억이 나는 글들입니다만 다시 한 문장 한 문장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보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굳이 불필요한 말을 덧댈 필요가 없는지라 좋은 글귀 그대로 옮겨 봅니다.

“上善若水 : 최상의 善은 물과 같다.”(15쪽)

“아름다운 마무리는 初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 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침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보는 일, 그것이 바로 내면의 정화이며 진짜 공부다.”(104)

“잘 들을 줄 모르는 사람과는 좋은 만남을 갖기 어렵다(傾聽의 중요성).”(112)

“말이 많으면 쓸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경험이다. 말과 소음의 경계를 알아야 한다.”(125)

“책은 가려서 읽어야 한다.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이런 게 古典). 경전은 소리 내어 읽어라.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139)

“즉시현금갱무시절(임제선사 어록) :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154)

“보람된 인생이란 무엇인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생활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 이어야 한다. 의미를 채우지 않으면 삶은 빈 껍질이다.”(161)

“모든 존재는 저마다 그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다.”(183)

“사람은 흙에서 멀어질수록 병원과 가까워진다.”(184)

“자기 자신답게 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이다.”(215)

“게으름이란 단박에 해치울 일도 자꾸만 이다음으로 미루는 타성이다.”(226)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 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다.”(240)

책 맨 마지막에 실린 글이 그 유명한 스님의 <무소유>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는데요.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무소유 일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다.”는 문장이 잔잔히 여운을 남깁니다.

한 권의 책으로 13권에 담긴 엑기스를 맛볼 수 있습니다.(이런 독서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만…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좋을 거라는 생각에) 추천합니다.

올해 54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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