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녀들 묻고, 90세 아버지 답하다. 이시형 박사
[아버지, 100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副題 : 대한민국 자녀들 묻고, 90세 아버지 답하다.
이시형, 특별한서재, 2025년 4월, 볼륨 255쪽.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인류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래서 두렵기까지 늘어난 수명을 제대로 살기 위해, 90년 넘게 인생을 살아 본, 그리고 지금도 왕성하게 연구, 강연 등을 하는 이시형 박사가 중년세대를 위한 아버지로서의 고언입니다.
이시형 박사는 1934년생으로 올해 91세입니다. 경북대 의대를 나온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 자연의학을 중시하는 분입니다. [배짱으로 삽시다], [세로토닌 하라!] 등 저작만도 120여 권입니다. 지금은 취미로 그림도 그리시더군요. 심플하게 핵심만 전달하는데, 그림에 사물의 고갱이만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전체 글이 편지(서간문) 형식입니다. 책은 크게 두 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部는 '아버지에게 묻다'로 중년에 맞이하는 불안,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를 극복해 승화하는 멋지게 나이 들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년이 불안한 것은 정년, 자녀의 진로 문제, 주부들이 맞는 갱년기, 초고령 부모의 부양 등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맞게 되면서도 "삶의 진가는 지금부터 시작된다"며 인생 후반전을 응원합니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면서요.
정년퇴직을 '사회적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제일 친한 선배님이 이번 달까지만 출근하고 다음 달 정년예정입니다. 30여 년을 한결 같이 아침마다 출근하던 루틴이 마무리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이 선배는 지금 신이 나 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시간적 제약받았던 여행, 걷기, 취미생활, 운동 등 을 계획하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면서 더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거든요. 내년에 저랑 같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로 했는데, 오래전부터 틈틈이 스페인어 공부랑 고프로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 영상편집을 배우고 있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인데. 이 정도라면 선배에게 정년은 사회적 죽음이 아닌 제2 인생의 출발점으로 보는 게 타당하겠죠?
늙는다는 것에 대해 "나이는 자기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는 말씀이 위로와 동감을 가져다줍니다.
흰머리는 나이 듦의 상징입니다. 흰머리가 나는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병마와 싸워오면서 시한부 인생을 살아온 사람에게 흰머리는 기쁨의 상징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神이 세상을 만들고 지구상 모든 동물의 수명을 정해줄 때, 말, 개, 원숭이, 사람 모두에게 각각 30년씩의 수명을 주었답니다. 그런데 말은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하는데 30년은 너무 길다 하소연하여, 소원대로 18년을 줄여 12년이 되었답니다. 다음 차례인 개 역시 늙으면 이도 빠져 싸울 수도 없고 으르렁거리기만 하는데 누가 겁을 낼 것이냐며, 수명 줄여줄 것을 희망해 12년을 줄여 18년으로 정했답니다. 원숭이 또한 남의 흉내만 내고 살기 지겹다고 호소해 10년을 줄여 20년으로 확정. 그런데 인간만이 30년은 너무 짧다고 더 장수하길 원해, 말, 개, 원숭이가 반납한 나이를 더해 70년의 수명을 얻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30년은 인간으로 삶을 살다, 다음 18년은 말처럼 무거운 짐을 지고 땀 흘리는 생활을. 그다음 12년은 개처럼 개집 속에 갇혀 잠도 잊은 채 집을 지키고, 최후의 10년은 원숭이처럼 아이들의 놀잇거리가 되어 놀림 끝에 생을 마치게 되었다는 일본동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인간사를 잘 풍자한 거 같아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2部 '진짜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네'에서는 1부에서 제시한 중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담은 내용인데요. "불행을 만드는 건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그대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다" 일갈합니다. 더불어 입에 달고 사는 "힘들다",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삼가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할 것을 주문하는데요.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말이 곧 우리 삶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개가 싸우고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이고 온순한 개이며, 다른 하나는 성질이 사납고 부정적인 개입니다. 둘 중 어느 개가 이길까요?"라는 제자의 질문에 붓다는 짧게 대답합니다.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 이긴다"라고. 어는 쪽에 먹이를 주고 기를 것인지는 스스로가 결정하기 나름입니다.
뒷부분에 실제 박사님 아들, 딸(환갑이 넘음)과 주고받은 편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년 자녀들에게 90년을 넘게 살아온 아버지가 인생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오육십 대 분이라면 필독하시길.
올해 57번째 책읽기.
#이시형 #백세시대 #독후기록 #아버지 100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