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 3]
副題 :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조원재, 블랙피쉬, 2025년 4월, 볼륨 373쪽.
[방구석 미술관]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원재 님의 신간입니다. 1편 서양 근대미술 편이 2018년에, 한국 화가를 다룬 2편이 2020년에 나온 후, 5년 만의 신간입니다. 이번 책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한 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 미술을 친절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총 6명의 현대 화가가 등장합니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선구자 피트 몬드리안(1872~1944, 네덜란드)이 첫 테이프를 끊습니다.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차가운 추상의 거장. 전위 미술의 선도자. 순수 추상의 선구자. 신조형주의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고흐와 같은 네덜란드 출신입니다.
그다음으로 살바도르 달리(1904~1989, 스페인)입니다. 초현실주의의 대명사. 초현실주의란 호안 미로의 정의에 의하면 “무의식으로 예술하자는 생각”입니다. 달리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은 시계가 녹아 흘러내리는 <기억의 지속>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은 많지만 그림 자체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자신 보다 열 살 연상의 갈라를 자신의 뮤즈로 평생 모셨던 사람. 미술가로서 돈으로 재벌이 된 최초의 작가입니다만, 기구한 말년 인생을 맞이한 사람입니다. 행동 자체가 奇行이었고,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콧수염으로 한 번 본 사람이면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외모를 가진 분입니다.
세 번째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 스위스). 20C 현대미술의 거장입니다. “미술가는 타인이 아닌 자신이 사물을 보는 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분입니다. 보이는 대로 표현하다 보니 사람의 모습이 성냥 크기로 작아집니다. 이후 볼륨감이 업 되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삐쩍 마른 형태의 조각상으로 변모합니다. 사뮤엘 바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무대에 무대장치로 나무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두 명이 등장해 둘 간의 대화로 진행되는 연극이 현재도 절찬리 상연중입니다. 우리나라 무대에서는 신구 님과 박근형 선생님이 출연하시더군요.
미국 현대미술의 전설 잭슨 폴록(1912~1956, 미국)의 이야기는 흥미진진 그 자체입니다. 알코올중독자이자 망나니의 대명사. 달리와 비슷하게 네 살 연상의 클래스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미술사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했을 듯합니다. 구리 광산으로 갑부가 된 벤저민 구겐하임(1912년 타이타닉 호에 타고 있다 사망. 그의 유산이 딸에게 상속됨)의 딸 페기 구겐하임(뉴욕에 달팽이를 연상시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에 의해 후원을 받았는데요. 특히 캔버스를 이젤이 아닌 바닥에 내려놓고 물감을 떨어 뜨려 작업하는 드립 페인팅(Drip Painting) 기법으로 작업한 분입니다. 완성된 회화 작품에만 관심을 두었던 전통적 관점이 아닌, 화가가 작품을 창작하는 행위에 초점을 둔 Acttion Painting으로도 유명하죠.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자이자 삶의 기행만큼이나 음주운전 중 나무를 들이받고 사망한 죽음마저도 기이합니다.
다섯 번째 장은 색면화가의 선구자 마크 로스코(1903~1970, 미국)입니다. 유대인. 추상표현주의자 중 한 명.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그것이 놓이는 공간까지 작품의 일부”라 여겨 전시장의 조명, 위치, 높이, 배경 등에도 끊임없이 관여한 분입니다. “작가가 느낀 감정과 작품 의도를 감상자인 관객들도 똑 같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지론의 소유자. 아쉽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로 1960년대 등장한 회화가 Pop Art입니다. 팝아트의 황제 하면 앤디 워홀(1928~1987, 미국). 복제의 화신이지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마를린 먼로, 리즈 테일러, 엘비스 프레슬리, 마오쩌둥, 닉슨을 거쳐 자신의 얼굴(자화상)까지 제작 판매합니다. 그 유명한 켐벨 수프 캔 도 유명하지요. 자신의 작업장을 처음엔 <공장>으로, 나중에 이전하여 <사무실>로 불렀는데요. 1968년 총격 사건으로 죽을 뻔하다 살아났다 1987년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조원재 님의 책을 읽다 보니 단순한 미술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라기보다 각 작가들에 대한 評傳인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2편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舊 전남도청 자리에 위치한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선 <뉴욕의 거장들>이란 제목으로 10/9일까지 추상표현주의자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를 비롯, 21名의 작가와 작품이 전시 중입니다. 책도 다 읽었으니 이번 주말에는 이 전시회장을 찾을 생각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이제 시대 배경과 작가에 대한 상식을 가졌으니 가서 보는 눈도 달라질 것 같네요.
조원재 님의 팬이거나, 미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추합니다.
올해 66번째 책 읽기.
#방구석미술관 3 #조원재 #독후기록 #피트몬드리안 #살바도르달리 #발베르토자코메티 #잭슨폴록 #마크로스코 #앤디워홀 #현대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