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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69] 짐 챙겨

김영희 PD의 유쾌한 여행 썰

by 서민호

[짐 챙겨]

副題 :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의 유쾌한 여행 썰

김영희 글/그림, 상상, 2025년 7월, 볼륨 231쪽.



손에 들고 다니기 좋은 아담한 사이즈의 책입니다. 많지 않은 분량에 글 반 그림 반이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내용도 재밌어 금방 읽게 됩니다.


김영희 PD는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일 겁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양심 냉장고> <이경규의 몰래 카메라> <칭찬합시다> <!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나는 가수다>등 기라성 같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분입니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수염도 덥수룩하고 수더분한 인상이 들어 개그맨 이경실 님이 처음으로 불러 생기게 되었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결국 여행 책을 내면서 여행 작가가 되었네요.


호흡이 짤막짤막한 글들입니다. 여행 가이드 책이 아닌, 그저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가감 없이 담아 놓았습니다. 이야기마다 본인이 직접 그린 삽화들이 함께 나오는데요. 읽으면서 당시의 배경이 어땠는지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은 구성으로 다가옵니다.


“믿음에서 믿는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진지하게 깊이 믿느냐가 신앙의 실체다. 진짜 믿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우유神을 믿는 밀크바바를 찾은 후 적은 느낌인데요. 우유도 신이 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애니미즘일까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폭포로, 높이만 979미터로 약 1킬로, 너비 150미터, 떨어지는 물줄기 길이만 808미터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앙헬폭포(앙헬은 엔젤의 스페인어랍니다) 글을 읽으면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찾아보게 됩니다. 접근하는 게 보통 어려운 곳이 아니더군요. 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인근 공항에 내려서도 모터보트로 다섯 시간, 다시 산길을 두 시간 넘게 걸어야 폭포에 다다를 수 있답니다. 여행기간 내내 우연히 동행했던 현지 老부부가 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에서, “夫婦란 살면 살수록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인상을 적어 놓았는데, 가슴이 찡해지네요. 저도 올해 결혼 30년을 맞이하는데, 가면 갈수록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마음이 든다는 건 그래도 제게 양심이 있다는 증거겠죠?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도나우강 兩岸에 걸쳐있는 도시 부다페스트를 읽으며, 이 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알게 됩니다. 극찬하는데 찾아 시청해 봐야겠네요.


파나마운하에서 ‘파나마 햇(hat)’(밀짚모자)을 기념품으로 사려다 천양지차의 모양과 가격에 살까 말까 망설이다, 다음날 출국 때 공항면세점에서 사기로 미룹니다. 공항엔 그 상품을 파는 곳이 없어 구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NO OR NEVER!(지금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다)” 인생의 진리를 외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적 있죠?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 지금, 여기, 바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근처 5,500 고지를 오르며, 고산족 세르파도 고산병에 걸린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줍니다. 체력을 과신하거나, 초기증세를 얕보거나, 자만하기 때문이라는 데요. 自慢心. 그렇습니다. 우리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만에서 옵니다..


오키나와, 다낭, 호이안, 아타카마 사막, 아프리카 잔지바르섬, 케냐의 나쿠루 사파리, 둔황 야시장, 이스탄불, 모로코, 앙헬폭포 등 참 많은 이색적인 여행지가 등장합니다. “어디로 떠나야 할까?” 고민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여행지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書名 [짐 챙겨]. 맞습니다. 여행은 짐 가방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맞아요. 꼭 주의하셔야 할 한 가지는 바로… 적당히 필요한 것만 챙겨야 한다는 것. 없으면 아쉬울까 하는 생각에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면 짐 가방이 오버 차지를 내야 할 만큼 무거워진다는 거(정말 짐이 된다는 거) 잊지 마시게요.


올해 69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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