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큰 뜻을 품은 자여, 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副題 : 모티브 세계 철학전집 3 정약용 편
이근오 편저, 모티브, 2025년 7월, 볼륨 227쪽.
나올 때마다 찾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님 관련된 책도 그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읽을수록 돼 씹어 보게 되는 이야기가 많다고나 할까요?
편저자 이근오 님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검색해 보니 정약용, 율곡과 신사임당, 에리히 프롬, 데카르트, 아우렐리우스 등 모티브에서 펴내고 있는 세계 철학전집(현재까지 5권)에 편저자로 모두 참여한 분입니다.
책은 정약용의 말속에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을 찾아내 설명해 줍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삶의 자세,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다섯 개의 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나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 2장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를 만나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3장은 말과 행실, 4장은 큰 뜻을 품었을 때 기억할 일들, 5장은 인생에 대해서입니다.
1장 나를 세우는 일에서, 본질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라 말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옷(기준과 그릇)을 입고, 남 탓 하지 마라 합니다.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이어야 한다는 점, 목표 달성은 상황에 맞추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나의 의지로 꾸준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2장은 이렇게 나를 세우고 난 후,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멀리하라는데요. 좋은 말이 아닌 ‘바른말’이 나를 지켜줍니다. 지위로 사람을 대하지 말고, 사람 됨됨이를 보라 합니다. 사람의 가치는 함께 있을 때 더 빛나고, 관계 안에서 꽃을 피우게 됨으로 함께 성장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타인의 마음을 존중하는 사람의 말은 내가 아닌 상대에게 말의 중심이 있다는 점도 강조하네요.
3장 말과 행실에 대해선 말은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본질적으로 ‘마음의 온도를 전하는 수단’ 임을 강조합니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알아야 하며, 허물이 없는 사람보다는 ‘허물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누가 보지 않아도 지켜야 할 것은 양심임을 알려줍니다.
이제 스스로를 세우고, 사람을 만나고, 말과 행실을 조심하고 난 후니 큰 뜻을 갖고 펼쳐야 하는 단계입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자신을 멈춰 세우는 안주함을 경계하라는 것. 분위기 파악보다는 ‘옳고 그름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듯 우리의 사고도 썩지 않도록 고여있으면 안 됨을 설명합니다. 욕망에 흔들리지 말며, 절제해야 하며, 감정의 중심을 스스로 지켜 심기를 잘 다스리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제가 4장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구절은 “비밀을 목숨같이 여겨라. 비밀이 지켜지는 최선의 방법은 비밀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입니다. 오랜동안 눈길이 머물며 많은 생각을 해 봅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습니다.
마지막 5장은 인생에 대한 당부입니다. 행실이란 지금의 행동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쌓여온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무슨 일이 막혔을 땐 방향을 틀어 궁구 하여야 합니다. 窮究란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여 본질에 이르는 길을 찾는 걸 의미하는데요, 물이 흐르다 바위나 장애물을 만나면 직진하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것처럼 정면 돌파만이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에둘러 이야기해 주네요. 가난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부지런함과 검소함(勤勉)에 있음을 학연, 학유 두 아들에게 일러준 것처럼 우리에게도 삶의 비결을 알려 줍니다.
마지막 문장이 “힘 빼고 살아라”입니다. 여기서 無爲自然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無爲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 풀이합니다. 한마디로 “순리대로 살아라”는 의미입니다.
분량이 많지 않아 읽기에 부담되지 않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책 읽는다고 인생이 단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는 저자의 서문에서의 바람처럼,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올해 70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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