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같이 읽자는 고백]
副題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엮음, 37名의 큐레이션 레터, 이야기장수, 2025년 6월, 볼륨 298쪽.
한가위 긴 연휴 기간까지 여름이었던 날씨가 하루 이틀 사이에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밤길엔 경량 패딩을 걸친 분들도 눈에 띄네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어디 독서만 하기 좋은 계절일까요! 뭘 해도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문제는 간절기란 말처럼 우리 곁을 금세 스쳐지나가버린다는 게 문제죠.
김소연 님은 前 MBC 아나운서로 5년 정도 재직하다, 큐레이션 서점 <책발전소>를 운영 중인 분입니다. 코로나 시기인 2020년 겨울 한복판에 종이책을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 <책발전소북클럽>을 시작합니다. 매달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고르고, 그 책을 선정한 이유를 구구절절 담은 정성스러운 편지를 함께 담아 집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데요. 예상외로 첫 신청자가 3천 명 이상 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답니다.
이런 책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는 ‘같이 읽고 싶어서’ 였는데요.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책을 직접 건네는 일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幸福을 세상에 널리 퍼뜨리는 일”이었답니다. 초창기 혼자서 책을 고르다 보니 취향과 선호가 반복되기에 나름 한계를 느끼고, 이를 타개하고자 사회 각계각층 명사 분들에게 책 골라주길 요청했답니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1) 이미 베스트셀러가 아니어야 한다, 2) 다른 곳에서 이미 추천했거나 추천사를 쓴 책은 안 된다. 3) 추천인이 꼭 나누어 읽고 싶은 人生의 책으로 다소 까다롭습니다. 여기에 이 책을 추천한 이유에 대한 진심 어린(그리고 넉넉한 분량) 편지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던 관계로 “누가 이런 부담스러운 부탁을 들어주겠어”라고 별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흔쾌히 수락해 줬다고 합니다.
총 37편의 추천 책과 큐테이터의 추천사가 편지글 형식으로 담겨 있습니다. 김연수 작가님의 글을 맨 처음으로 배치해 두었습니다(솔직히 전 이름만 보고 김연수 작가님이 여성분인 줄 알았습니다). 추천 월별로 정리해 보니 유튜버 모춘 님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추천한 2021년 10월부터 외부 큐레이션제도를 도입했더군요. 올해 5월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정성은 님이 추천한 [비밀의 언덕 각본집]까지 수록된 걸 보니 현재도 이 구독 서비스는 진행 중으로 보입니다.
이메일과 메신저, 이모티콘이 남발하는 작금의 세상에, 편지라는 매체가 가져다주는 은밀함이나 다정 다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연애편지까지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인생 책을 추천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느 연애편지 못지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게 마음의 밑줄을 긋게 만든 문장은, 정보라 작가님의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관계 맺기’”(212쪽)란 문장과, 김신지 님의 “어떤 책은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읽어야 한다”(241쪽)입니다.
37권의 책 중 소설이 17권입니다. 역시 작가분들은 소설을 선호하는 듯합니다. 추천된 책 중 제가 읽은 책은 서너 권에 불과하더군요. 40년 동안 년 100권씩, 4천 권 정도를 읽었음에도,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많다는 걸 실감합니다.
副題에 “십만 권의 책…”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첫 발송 시점부터 현재까지 구독자분들에게 보낸 책 총권수가 십만 권이 넘는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시간이 많아 37권을 엑셀로 정리했습니다. 또 읽어야 할 책 리스트만 늘어나 부담감도 느껴집니다만… 어차피 다 읽을 생각은 없으니, 이중 마음에 드는 책 중심으로 한 권 한 권씩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작가들은, 편집자들은, 비평가들은, 아티스트들은 어떤 책을 자신의 인생책(주변 사람들과 함께 읽어 보고 싶은 책)으로 선정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올해 7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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