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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돈후기록 79] 미묘만 메모의 묘미

김중혁

by 서민호


[미묘한 메모의 묘미]

부제 : 시작은 언제나 메모였다.

김중혁, 유유, 2025년 7월, 볼륨 198쪽.



친한 동생으로부터 추천받은 책입니다.


김중혁 님은 1971년 경북 김천생으로 계명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2000년 첫 소설 [펭귄 뉴스]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올해 25년 차 소설가입니다. 이 책에서는 스스로를 '낙서전문가', '메모전문가'로도 소개해 두었네요.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과 함께 책을 주제로 한 <빨간 책방>과 영화를 주제로 다룬 <영화방>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명사들의 책장을 이야기하는 <북유럽>, KBS <대화의 희열> 등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는 분입니다. 이 분 책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는 책을 올 2월에 읽었었는데, "소설가가 영화에도 해박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지나 놓고 보니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의 내공을 갖추셨던 분인줄 그 당시에는 몰랐었습니다.


책은 이백 쪽이 안 되는 분량입니다. 총 5部 구성인데요.


1部 '메모의 경험'들은 다양한 메모 방식을 소개합니다. 수입, 지출을 적는 가계부도 메모의 한 종류라 소개합니다. 독서카드 같은 카드(신용카드 아니고요)로 메모를 적기도 합니다.


2部 '메모의 도구'들은 말 그대로 메모의 도구와 애플리케이션을 다룹니다. 가장 전형적이자 전통적인 종이에서부터 타자기, 워드프로세서, 노트북컴퓨터, 휴대전화와 옙을 통해 다양한 메모를 해왔습니다. "메모란 생각과 정보를 간단히 적어두는 것이며 기억의 보조장치"라 정의합니다.


3部 '메모의 방법'들은 추천하고 싶은 10가지 메모법을 소개합니다. 작은 수첩에 메모하기, 카드에 메모하기, 表로 정리하기, 마크다운 메모법, 마인드 맵 메모법, 사진으로 메모하기, 영상으로(매일 1초씩) 메모하기, 일어서서 벽에다 메모하기, 목적에 따라 방식을 바꿔가며 메모하기, 지도에 메모하기 총 열 가지를 제시하는데 내용들이 흥미롭습니다.


4部 '메모하는 사람'은 私的인 본인의 메모역사를 다룹니다. "메모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는 표현이 재밌습니다. 자신이 현재 보관 중인 최초의 메모는 고1 때 한용운 님의 시를 첫 장에 적어놓은 메모로부터 시작되었고, 지금은 여행메모, 커피를 내리며 메모를 하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소설을 위한 메모방법도 등장하는데요. 구상한다. 그리고 쓴다, 적는다, 기록한다, 남긴다며 "소설은 메모의 콜라주" 임을 주장합니다.

자신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메모하는 사람의 하루로 정리해 둔 부분에선 메모에 미친 사람 맞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네요.


5部는 메모에 대한 단상, 즉 때에 따라 떠오르는 단편적 생각들을 모아 두었는데요. 한마디로 HOMO SCRIPTER(메모하는 인간)라 승화시키네요. 데카르트를 차용해 와 "나는 메모한다. 고로 존재한다." 못 말릴 정도입니다.


메모는 생각의 조각을 기록한 것이고, 글쓰기는 그 조각들을 하나의 글로 이어 붙인 거라며, 메모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주장하며 책을 마칩니다.


책 서두에 자신은 메모狂이며 휴대전화 메모장에만도 7천여 개의 메모가 있다는데, 사실 이 책 보다 먼저 읽은 강원국 작가님의 [책 쓰기 수업]에선 강작가님은 블로그, SNS에만 28,000개의 글(메모)을 썼고, 이를 토대로 책을 썼다고 하니, 책을 쓰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작업은 메모하는 것이란 공통점을 찾아냈습니다.


이왕 내친김에 작가님의 작품인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와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스마일] 두 편을 다시 읽어보았는데요. 메모가 모여 문장을 이루고, 문장이 모여 문단과 소설이 써졌음을 이젠 알아볼 수 있겠더라고요. 유레카. 역시 호모 스크립터 맞습니다.


건망증이 심하신 분, 책 쓰고 싶으신 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저처럼 기억력이 현저히 저하되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올해 79번째 책읽기.


#김중혁 #메모 #미묘한 메모의 묘미 #독후기록

#스마일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영화 보고 오는길에글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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