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별쌤 최태성의 삼국지 고전특강
[최소한의 삼국지]
최태성, 이성원 감수, 프런트페이지, 2025년 11월, 볼륨 351쪽.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40년 동안 매년 약 백 권씩 책을 읽어 왔는데요. 올해도 고지가 멀지 않았습니다.(숫자는 숫자일 뿐 의미를 두진 않지만)
집사람이 사준 책 중에 큰별쌤 최태성 님의 [최소한의 삼국지]를 읽었습니다. 삼국지. 정확히 말하면 14세기 나관중에 의해 쓰인 소설입니다. 後漢 멸망 후 진나라로 통일되기까지의 약 100년의 시간을 다루는데 正史는 아닙니다.
삼국지를 꽤 많이 읽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이문열의 삼국지(10권)]부터, [장정일의 삼국지(10권)],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6권)]까지 여러 번 읽었습니다. 단편적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만,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역사적 순서를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했거든요. 아시다시피 등장 인물도 너무 많아, 대체 이 사람이 누구 편인지도 헷갈리는 경우도 많고요.
체질상 요약한 책을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최태성 이란 이름 믿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와우! 한 권으로 핵심만 요약 정리한 내용이라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삼국지 3大 전투인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을 기억하기 쉽게 “도적이 왔다” 한 문장으로 암기를 시키네요.
책은 3大 전투를 기준으로 구분해 기술합니다. 1장은 ‘영웅들의 등장과 격돌하는 야망 : 도원결의부터 적벽대전까지’입니다. 악당 동탁을 미인계로 제거한 중국 4대 미녀인 초선이 등장합니다. 참고로 4대 미녀는 서시(항우), 왕소군, 양귀비, 그리고 초선입니다. 이중 초선만 소설 속의 가상 인물입니다. 色을 밝히면 본인의 추락은 물론, 권력도 잃게 됩니다. 남자분들 조심하세요.
2장은 ‘셋으로 나뉘는 천하 : 삼고초려부터 적벽대전까지’입니다. 유비가 제갈량을 만난 게 그의 나이 47세 때입니다. 둘 간의 나이 차이는 스무 살. 관우와 장비라는 걸출한 무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책사는 없었습니다. 나이 어린 제갈량을 책사로 모시다 보니 관우와 장비 입이 나왔습니다. 이런 불만을 잠재운 공명 지휘의 첫 전투가 하후돈의 10만 군사를 물리친 박망파 전투입니다. 강동의 손권과 주유를 설득해 연합전선을 만든 후,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적벽대전은 영화로도 자주 만들어져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입니다. 조조의 아들이 지은 詩句중 “동작대에 이교를 거느려 아침저녁으로 함께 즐기리라”는 구절에서 이교를 교묘히 橋자를 橋로 바꿔 조조와 싸우게 만드는데요. 이교는 喬氏 자매로, 언니인 대교는 손책의 아내였고, 동생인 소교는 주유의 아내입니다. 처형과 와이프를 끼고 밤낮 놀겠다는 말에 눈알이 돌아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거짓 투항을 위해 모진 고문에 노구를 내던진 황개 장군의 고육책, 배를 흔들리지 않도록 서로 연결하게 만든 방통의 연환계 등 흥미진진합니다.
‘와룡봉추’ 기억하시죠? 지금은 고양에서 메밀국숫집을 운영하고 고전독서를 통해 강사와 작가로 변신한 前 개그맨 고명환과 문천식의 개그 코너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와룡은 제갈공명을, 봉추는 낙봉파(풀어보면 봉황이 떨어지는 언덕)에서 사망하는 방통을 일컫습니다. 방통의 지략이 제갈공명보단 한참 모자랐던 것 같네요.
3장 ‘절제하지 못하는 자의 최후 : 형주 공방전부터 이릉대전까지’는 한중 땅을 놓고 혈전을 벌이던 중 조조의 계륵 고사가 나옵니다. 조조의 마음을 미리 읽어 철군 준비를 시킨 양수가 참수당하는데요. 눈치가 너무 빨라도 문제입니다. 촉의 유비와 육손을 대장군으로 한 손권 과의 전투인 이릉전투는 너무 맥없이 유비의 패배로 끝납니다. 강을 따라 수풀에 길게 진영을 배치한 유비의 非정상적 결정이, 바로 전 [손자병법]을 읽은 저에게는 바보처럼 다가옵니다.
시간이 흘러 조조도, 유비도 생을 마감합니다. 4장은 ‘완수된 천하통일의 대업 : 제갈량의 북벌부터 삼국 통일까지’인데요. 남만의 맹획을 일곱 번 잡아 일곱 번 놓아준 칠종칠금 고사가 여기 위치해 있네요. 제갈량은 유비의 유지를 받들어 7년간 다섯 번의 북벌을 단행하는데, 1차 북벌에서 수제자인 강유를 얻고, 이후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을 잃은 마속을 울며 참수하는 읍참마속, 서성 망루에 홀로 앉아 성문을 열어젖히고 혼자 거문고를 타며 15만 사마의의 대군을 물러나게 만든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오장원에서 생을 마친 가운데, 자신을 닮은 나무 조각을 수레에 앉혀 추적하는 사마의를 아연실색하게 만든 장면 등은 명장면 중의 명장면입니다.
결국 위촉오 삼국 통일은 조조도, 유비도, 손권도 아닌 사마염에 의해 진나라로 통일됩니다.
다 읽고 나니 “최태성은 역시 천재다!”라는 느낌입니다. 책 중간중간에 삽입된 인물관계도 및 인물 정리, 간략히 그려 넣은 지도로 인해 당시의 상황과 전략적 위치를 한눈에 파악하고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소 열 권이라는 분량이 부담스러운 분, 삼국지를 읽었음에도 저처럼 순서별 정리가 잘 안 되시는 분이라면 강추드립니다.
올해 9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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