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도의 세계

지구

by zoomin

나는 우주를 상상했다.

저 높은 하늘 너머,

대기층을 지나

달을 넘고,

화성을 지나 목성,토성,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을 지나 태양계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도 또 다른 은하들이,수없이 많은 별무리들이 내 눈을 가득 채운다면.

그리고 그 은하들 너머에는 우주라는 단위조차 모자란 무한한 차원의 세계들이 펼쳐져 있다면.

나는 생각한다.

과연, 나는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광막하고 정의 내릴 수 없는

이 우주의 공간 어딘가에서 ‘생’이라는 거죽을 뒤집어 쓴 채 괴로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년의 시간.

탄생과 소멸이 반복되며 팽창을 거듭하는 이 무한의 우주속에서 그저 티끌보다 작은 존재.

피코 만큼도 되지 않는 하찮은 먼지에 불과한 존재.


숫자로는 감히 측정할 수 없는 이 시간과 공간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 하나가 사라진다고,

지구가 수명을 다하여 발광하여도,

태양이 블랙홀이 되어도,

은하계가 또는 이 우주 장성이 붕괴된다고 하여도

이 광막한 세계는 아무것도 잃지 않겠지.


존재 했었다는 것도,

사라졌다는 것도 기억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차라리–270도의 세계에서

이름 없이 떠도는 항성이 되어

푸르고 희미했던 빛을 발광하며 서서히 스러지기를 고대해야지.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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