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천왕성

by zoomin

보이시나요?

저기 폭풍우가 몰려오는 검은 하늘이 보이시나요.

언젠가 제게 인생은 폭풍을 맞닥뜨리는 것과 같다고 하셨잖아요.


폭풍이나 해일이 예고 없이 들이치는 것이 인생이라고.

인생은 붕괴되는 나를 지켜보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그 고통을 겪지 않게 이 허무의 부조리를 외면하자고 말이에요.


그럼 저는 폭풍을, 태풍을, 해일을 만나는 순간 아스라져 버리는 연약한 생명체일 뿐인가요.


저는요.

설령 태풍을 만나 낙상하여 죽는다 해도, 낙뢰에 스러진다 해도, 해일에 휩싸여 익사하여도 그 속에서 살래요.

당신이 말한 허무의 세계를 떠올리며 갇혀 살기에는 이곳엔 해도 바람도 어느 하나 저를 설레게 만드는 것이 없는걸요.


언젠가는 태풍이 멎은 순간에 새벽을 몰고 오는 해가 뜨겠죠, 고요해진 바다 위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날도 있겠죠.

그것 또한 삶의 의미가 되어주겠죠.


지금 제가 이 문 너머에 보이는 몰려오는 검은 하늘이 두렵다고 숨어버리기에는 이미 늦은듯해요.


제 인생은 저 검은 폭풍 속에 있어요.

제 생명은 저기서 시작될 거예요.

설렘이 몰려와요.

검은 하늘을 보는 제 눈에서 광채가 돌고 심장은 터질 듯 뜀뛰고 있어요.

폭풍을 기꺼이 맞이할래요.

검은 하늘이 걷히는 순간을 못 본다 해도 폭풍의 눈으로 걸어 들어갈래요.


보이시나요.

몰려오던 폭풍이 점점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요.

저는 저 멀리 청녹색의 얼음 덩어리처럼 나아갈 준비가 되었어요.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네요.

안녕히 계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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