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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Sep 13. 2022

내 맘대로 하는 영화 리뷰 <블랙폰>


공포영화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들을 가지고 관객들을 두렵게 만든다. 낯선 대상의 등장, 익숙한 대상의 반전. 다양한 것들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져 왔고 그 결과 관객들은 무엇이 무서운지 확실히 알고 있다. 대부분 공포영화에서는 사람이 무섭거나, 사람이 아닌 존재가 무섭다. 공포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그 대상들이 얼마나 두려운지, 얼마나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할지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영화는 조금 다르다. 분명 무서워야 할 대상이 오히려 주인공의 조력자가 된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블랙폰>이다.


관객들은 귀신을 보면 무섭다. 등장인물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대상들로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에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귀신은 오히려 주인공의 조력자이다.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빠져나오게 도와주려 하는 귀신들의 모습은 조금은 색다르게 보인다. 이 영화를 볼 때 귀신들이 어떻게 주인공을 도와주려 하는지 집중해서 보길 바란다.





<줄거리>


사라진 아이들, 고장 난 전화기, 죽은 친구들과의 통화
전화가 울리면 반드시 받을 것


피니가 있는 지역에서는 계속되는 어린이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어린아이들은 그 범인을 그래버라고 놀린다. 그러나 계속되는 실종사건임에도 피니는 신경 쓰지 않는다. 피니가 오히려 신경을 쓰는 것은 술을 마시는 아버지와 자신의 동생 그웬만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다 피니의 친구 로빈마저 그래버에게 납치되고 만다. 피니는 로빈을 걱정하는 한편, 여전히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검은색 밴과 만난 피니. 그래버에게 납치되고 만다. 그날 이후 피니의 동생 그웬은 피니와 관련된 꿈을 꾸게 되는데...


이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그래버에게 납치된 피니. 그리고 피니의 꿈을 꾸는 그웬






<장점>



              분위기를 조성하는 악역, 귀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두려운 악역


  납치가 된 피니. 피니는 한 공간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악역 그래버. 영화에서는 그래버가 주는 느낌은 확실히 있다.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공포영화라는 것을 알려주듯 그래버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래버가 주인공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계속해서 존재하며, 가면을 쓰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는 그래버가 두려운 것은 주인공 피니나 관객이나 똑같다. 또한 영화 내에서는 그래버 외에도 그래버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들, 귀신이 또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전화선이 끊긴 전화기에서 걸려오는 전화. 귀신과의 연락에서 관객들은 안심하는 한편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귀신은 등장할 때마다 깜짝 놀라는 이른바 점프 스케어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귀신이 피니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만큼 그 전화를 걸때 그래버가 듣고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조성하고 있다. 즉 이 영화에서는 그래버가 보여주는 공포라는 분위기에 귀신까지 섞여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포영화로서의 분위기는 충분하다.                                          



              귀신이 악역이 아닌 조력자            


조력자 역할의 귀신들


  영화에서 등장하는 귀신들은 그래버에게 죽은 피해자들이다. 주인공 피니와 같은 또래들이며, 그들은 다른 공포영화와 달리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로서 이용이 된다. 귀신이 조력자라는 참신한 소재 덕분에 영화는 귀신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고, 어쩌면 피니의 탈출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이기도 하다. 피니의 행동을 지속시키는 것은 블랙폰에 걸려오는 전화이다. 귀신들이 피니를 움직이게 하고 달라지게 하니,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 가지고 있는 귀신의 역할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아역의 연기력            


영화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


 영화에서는 납치된 피니와 피니를 구하기 위해 행동하는 그웬이 주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이 둘을 기본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당연히 영화에 집중하는 데 있어 이 아역배우들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관객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말아야 하고, 작품 내 분위기를 계속 이끌고 끼어들어야 하는 캐릭터들이니.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점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내에서 피니와 그웬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실제 납치당했을 아이가 겪을법한 변화를 충분히 보여준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아낄 수 없었다.                                          






<단점>



              공포가 없는 공포영화.            


분명 초반에는 무서웠었는데


  영화는 공포영화이다.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은 다양했다. 악역 그래버가 관객들에게 공포를 부여할 수도 있었고, 도움을 주는 귀신들이 공포를 부여할 수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공포를 부여할 수 있는 대상은 다양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바로 비중 때문이다. 영화는 피니가 갇혀있는 내부의 이야기와 피니를 구하기 위한 외부의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두 가지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다룸과 동시에 내부의 이야기는 피니가 혼자 있을 때 만나는 귀신들과 피니가 혼자 있지 않을 때 만나는 그래버까지 나뉘게 되니. 영화에서 직접적인 공포를 부여할 그래버의 비중은 작아지게 된다. 그래버는 피니를 납치하고 가끔 방에 들어오고, 위에서 기다린다. 그래버가 하는 역할은 그게 전부이다. 직접적으로 피니에게 위협을 가하지도 않고, 관객들에게 두려움에 떨게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아직 피니가 나쁜 아이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은 했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부족한 요소의 활용. 성장하는 주인공            


사용하지 못한 다양한 요소들


    영화에서는 활용할 요소가 다양했다. 피니가 납치되었을 때 그 이전 아이들의 이야기. 악역 그래버가 숨기고 있는 이야기 등 다양한 요소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런 소재의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떨어졌다. 귀신들은 피니에게 도움을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 피니를 도와준 대상은 아무도 없다. 혼자서 해결을 하는 피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는 의심이 된다. 공포영화로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요소들도 떨어지고, 귀신 영화로서도 귀신들이 놀라게 하는 장면도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남게 되는 영화의 이미지는 피니가 혼자서 성장을 해 극복을 한다는 것뿐.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결국 소년 영화와 같다.                                          




              외부가 존재할 이유            


내부의 이야기가 더 매력적일 수 밖에

                                               

이 영화에서는 내부와 외부의 장면을 모두 보여준다. 두 가지 장면의 비중이 비슷하긴 하지만, 영화에서는 외부의 장면이 내부의 장면에 비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훨씬 적다. 외부의 장면에서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힘을 쓰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피니의 여동생 그웬을 제외하고서는 형사, 맥스, 주인공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떨어진다. 그웬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형사들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외부의 요소가 가지고 있는 이유를 더욱 하찮게 만들어내고 있다.                                          






<해석>



              정신분열 VS 귀신            


과연 피니는 진짜로 귀신을 보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피니가 실제로 귀신을 보는 것일 수도 있고, 피니가 정신분열을 일으킨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등장하는 귀신들은 피니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땅을 파보라고 말한 브루스. 위에 올라가면 그래버가 허리띠를 들고 있을 거란 말한 빌리. 냉장고로 빠져나가라고 말한 밴스. 스스로 해결하라는 로빈까지. 모두가 피니가 탈출하는데 직접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유령이 전부 피니의 환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땅을 파고들어간 흔적은 없었고, 빌리가 말하는 그래버가 주는 고통은 직접 겪은 것처럼 사실적이다. [피니의 아버지가 실제로 이전 장면에서 허리띠를 가지고 폭력을 가했다.] 밴스가 말하는 냉장고 소리는 말하기 이전부터 계속 들려왔고, 결국 어떻게 되든 간에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도달하게 된다. 

피니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귀신들은 결국 피니가 자기 스스로 해결하기까지의 발전을 위해 사용된 정신분열일 수도 있다. 영화 초반부 피니는 갇혀있는 상황에서 절망을 겪는다. 스스로 나는 탈출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하면서 너는 탈출하지 못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한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 수화기를 그래버에게 건네며 귀신들의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은 과연 그래버가 듣고 있는지 피니가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영화에서는 피니가 얼마 동안 그 안에 갇혀있는지도 의문으로 나온다. 일주일의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몇 달이라는 긴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안에 살고 지낸 피니는 스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때까지 귀신이라는 정신분열을 일으켰을 것이라 해석되기도 한다.                                          




              그것과의 오마주            


영화 그것을 생각케 만드는 악역 그래버

                                                

이 영화는 '그것'의 오마주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페니와이저를 연상케 만드는 납치범 그래버의 가면. 그리고 광대를 연상케 만드는 검은색 풍선. 표정을 감추고 늘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는 수상함까지. 그것의 악역을 연상케 만들면서, 영화에서 주인공이 갇혀있는 공간, 조그마한 창문 하나 있는 방은 영화 '그것'에서 페니와이저가 첫 등장한 장소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주인공 동생에게 손을 흔들며 종이로 만든 배를 건네주는 페니와이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영화 '그것'에서 주인공 동생이 비 오는 날 노란 우비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모습과 영화 '블랙폰'에서 주인공 동생이 비 오는 날 노란 우비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완전히 겹쳐서 보인다.                                          






<평가>


한 줄 평 : 공포영화의 틀을 가진 소년의 성장 이야기


스토리 : 2/5

[아쉬웠던 스토리. 광고가 오히려 과대광고를 한 만큼 영화에서 공포를 주는 요소는 생각보다 적었다. 스토리 상 허점이 너무 많았으며, 공포영화이기보다는 성장에 가까운 스토리의 전개는 짜증 나기만 했다.]


연출 : 4/5

[훌륭했던 연출. 스토리의 허점을 채워주고자 영화에서는 그래버나 유령들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훌륭하게 활용하였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공포감을 부여하기 위해 귀신, 그래버들을 활용하였으며 두 대상이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이 영화가 공포영화라는 것을 다시 상기되기도 하였다.]


작품성 : 2/5

[기존 영화와 달리 귀신이 조력자라는 설정은 좋았으나, 그 외의 요소에서는 전부 다른 공포 영화에 비해 공포감이 현저히 낮았다.]



총평 : 3/5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기에는 좋지만, 공포영화로서는 부족한 영화였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포감을 부여하는 그래버의 비중이 훨씬 낮았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귀신들이 주는 조력자의 역할은 낮았다. 외부의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내부의 장면이 훨씬 궁금했으며, 관객들이 기대한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 아쉬운 영화로 남았다.



만약 오늘 전화선이 끊긴 전화가 걸려오거나
가면을 쓴 누군가에게 납치가 되었다면
영화 <블랙폰>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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