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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 Nov 16. 2022

내 맘대로 하는 영화 리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수학.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무려 12년 동안, 아니면 그 이상으로 긴 시간 동안 배우게 되는 학문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을 풀어냈다. 공식을 외우고, 문제에 적용하고, 답을 맞힌다. 같은 반복의 과정을 통해 이해가 아닌 그저 암기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 문제는 이런 식으로 푸는 것이다."라는 정해진 과정에 우리는 왜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왜냐면 그것은 답을 맞히는 데 필요가 없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고 그것을 푸는 행위가 중요하지. 그 문제를 이해하고 의도를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난 12년 동안 배운 과정이었고, 그것이 정답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오늘 알아볼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이다.



수학은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싫어진다. 이해할 수 없고, 난이도는 높다. 그래서 수학을 포기한다. 언젠가 수학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올 것이다. 수학에 수자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면, 12년 동안의 학습과정에 질려 수학이라는 학문에서 떠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되어간다. 평생 동안 수학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열정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우리는 12년 동안 배운 것은 수학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줄거리>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이야”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그는 자신의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학생들의 기피 대상 1호인 ‘이학성’은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뒤 수학을 가르쳐 달라 조르는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를 만난다.

정답만을 찾는 세상에서 방황하던 ‘한지우’에게 올바른 풀이 과정을 찾아나가는 법을 가르치며 ‘이학성’ 역시 뜻하지 않은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영화 내에서는 상의 1% 영재들이 모인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지우가 나온다. 한지우는 사배자[사회적 배려 약자]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지우는 학원에 다닐 돈이 없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을 다니며 우수한 성적을 내지만, 지우는 수업 내용도 따라가기 바쁘다. 영재학교에 걸맞게 학교에서는 1학년 때 이미 3학년 진도를 다 끝내며, 수업의 내용이나 문제의 질도 다른 학교보다 현저히 높다. 그러던 중 한지우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경비 이학성에게 들키게 되고, 자신이 모든 죄를 짊어진 뒤 기숙사를 한 달 동안 퇴출당한다. 갈 곳을 잃은 한지우, 구 과학실 건물에서 잘 생각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만나게 된 것은 경비 이학성. 이학성이 살고 있는 경비실에서 하룻밤 묵게 된 한지우. 그는 다음 날 자신의 문제지가 풀려있는 것을 보게 되고 전부 정답인 것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한지우는 이학성에게 찾아가 수학을 가르쳐달라고 조르며 엮일 리 없어 보이던 두 사람은 엮이게 된다.

이런 영화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한지우는 이학성에게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수학을 알아가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장점>



              좋은 연기력. 믿고 보는 최민식 배우            


수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학성[최민식].


 영화의 등장인물인 북한 출신 수학자 이학성은 배우 최민식이 연기하였다. 그렇기 때문일까. 우리는 스크린을 보면서 이학성을 정말 북한 출신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북한 출신의 언변과 행동, 최신 문물을 보며 좋아하는 모습까지. 여러 면에서 북한과 관련된 연구를 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는 연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영화 내에 이학성이 수학을 풀면서 수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관객들은 화면을 통해 보이는 배우 최민식의 표정과 행동, 전체적인 연기에서 수학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이학성은 이 영화 내에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지 4년이 지난 수학자. 수학을 진심으로 좋아하며 사랑하는 수학자. 이런 캐릭터가 구축될 수 있는 기반에는 최민성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기는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학성의 캐릭터에 대해 흠을 가질 법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선명하다.                                          




              수학에 대한 연출. 나는 수학에 1도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야.            


수학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연출. 관심이 있던 사람들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다소 지루할법한 수학을 정말로 이학성의 시점에서 매력적이게 그려내었다. 영화 내에서는 수학 공식이 움직이는 연출을 통해서 평소 수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었으며,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을 하는 이학성의 모습에서 흥미를 가지게 만들었다. 또한 원주율로 만들어진 피아노 악보, 아름다운 공식이 빛이 나는 모습 등 다양한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학성의 시점에서 수학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얼마나 수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또한 수학과 관련된 이학성의 말들도 수학을 더욱 매력적이게 만들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학은 문제를 푸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 답을 맞히는 데에만 욕심이 있는 수학은 잘못되었다. 질문이 뭔지를 아는 게 중요하고 답을 맞히는 것보다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이처럼 이학성의 말 한마디에는 그의 가치관이 있으며, 이 영화에서 나오는 수학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알려주는 이정표와도 같다.                                          




              매력적인 설정. 북한과 남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북한의 탈북자. 매력적인 설정이다.


 영화 내에서는 민감한 소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북한과 남한의 대립관계 속에서 북한 출신의 수학자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으며,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의 행동도 모두 북한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보여주고 있다. 이런 민감한 소재를 통해서 수학의 재미를 아는 것은 국적이나 나이가 상관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내에서 활용한 매력적인 모습은 바로 영화 내의 설정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북한의 뛰어난 수학자가 가르쳐준다는 설정인데, 이런 설정을 매력적이다고 안 느낄 사람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단점>



              말이 안 되는 상황들.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해 보자.            


말이 안 되는 상황. 저 상황에서도 대단한 건 원주율이 아니라 반주를 맞춰준 보람이다.


 영화 내에서는 전개를 위해 오류가 생겨난 장면이 많았다. 일단 이학성이 있는 이 학교는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곳이지만 경비원이 탈북인이다. 학부모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그런 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연출에 대해서도 허수 파이 0과 같은 숫자들이 만들어내는 공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지나다니는 자동차, 와이파이, 면의 곡선 등을 그려내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수학을 적용하기에는 연출이 부족했으며, 수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곳에서 쓰인 수식들이 전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주율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연주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도 오류가 발생한다. 피아노의 악보는 원주율로 이루어져 있기에 단순히 한 음만을 연주할 수 있다. 그렇기에 보람이가 맞춰주는 반주가 중요한데, 보람이는 이학성의 연주를 듣고 곧바로 맞춰준다. 전개를 위해서라 해도 듣자마자 곡의 속도나 음낮이를 이해하고 맞춰준다는 상황은 말이 되지 않은 장면이었다.                                          



              다소 오글거리는 장면들. 연출이 오글거리지 않게 감싸준다.            


수학적 용기.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가 했지만. 떨어져서 보면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영화 내에서는 오글거리는 대사나 장면들이 많다. 일단 시작 장면부터 그렇다. 시작 장면 한지우는 이곳은 1%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 소개하며,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한지우 뭐 하고 있는 거냐." 시작부터 오글거리게 된다. 또한 영화 내에서 이학성의 대사가 수학을 좀 더 재미있고 매력적이게 그리고 있는 듯하지만, 좀 더 떨어져서 본다면 대사 하나하나가 주는 오글거림도 역시 그 안에 존재한다. 상황이 그 대사를 오글거리지 않게 포장하는 듯하지만, 상황을 빼놓고 대사만 바라본다면 어색함이 대사에서 묻어난다."수학을 잘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문제가 안 풀릴 때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수학적 용기이다." 뭔 소리인가.                                          



              후반부에 빠른 전개. 내가 원했던 장면들은 다 생략이 됐네    

        

내가 원했던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후반부는 매우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한지우가 이학성의 가르침을 통해 수학의 재미를 알게 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수학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에게도 수학이 뭔지, 수학의 재미가 무엇인지. 문제를 알고 이해하고 해결하는 기존의 수학과 다른 가르침을 영화 내에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한지우가 문제를 알아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과감하게 생략이 되었다. 오히려 시험지가 유출되어 한지우가 위기에 처하고 이학성의 명성이 널리 알려져 이학성도 위기에 처한다는 사건의 결과를 중요시하게 그린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그런 장면이 아닌데 말이다. 영화 내에서도 말했듯이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실제 영화에서는 그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한다. 스토리에서 필요한 정답을 그저 과정 없이 빠르게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소재를 후반부에 빠르게 전개해버리고 만다. 그 결과 소재가 가지고 있던 매력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평가>



한 줄 평 : 수학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 영화. 최민식 배우의 연기력이 멱살을 잡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스토리 : 3/5

[매력적인 소재, 흥미로운 상황. 하지만 후반부의 급전개가 매력을 없애버린다]


연출 : 3.5/5

[수학에 대한 흥미로운 연출. 이학성이 얼마나 수학을 좋아하는지 알게 해주는 연출이었음에도 그 장면은 극히 적었다.]


작품성 : 2.5/5

[수학을 매력적으로 잘 그려내었기에 작품성이 있어 보이지만, 스토리에서 한계가 있었다.]


총평 : 3/5

[초반에 보여주었던 임팩트만 기억나는 영화. 수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학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전개를 위한 허점이 곳곳에서 보이며 후반부의 급전개가 아쉬울 뿐이다.]



만약 오늘 수학의 매력에 대해 알고 싶거나, 최민식 배우의 연기를 감상하고 싶다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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