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

대가 없는 베풂

by 레마일

아낌없이 베푸는 서율이에게


서율아 안녕.

무더운 여름에 너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펜을 잡고 몇 문장 적고 잠시 잊혔던 것 같아. 멋진 풍경이 가득한 가을을 지나 이젠 겨울이 코앞이네. 일이 너무나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나 늦게나마 글을 쓰게 되어 미안하기도 해. 그래도 잊지 않고 다시금 펜을 부여잡고 편지를 이어가는 삼촌을 봐서라도 좋게 생각해 줄 수 있겠지?


10년 전, 네 아버지가 팀장으로 있던 가구 회사에서 병가를 쓰고 인생의 방향이 갈팡질팡하던 때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 강산이 변했다. 그사이 팀장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면서 진급을 하여 어느덧 부장님이 되셨네. 매년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전하면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삼촌은 10년 전 신입사원 때와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좋게 이야기하면 변함없는 일관성이지만, 어쩌면 아직도 철없는 사회인으로 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싶어.

서율이 소식은 네 아버지를 통해 잘 듣고 있어. 태어난 순간부터 커가는 소식을 매년 들을 때마다 아버지에게는 한없이 이쁜 딸로서 지내는 모습을 보니 삼촌도 나중에 서율이 같은 자녀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제 초등학교 들어갈 날도 많이 남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아버지와 재미있게 놀며 어떠한 대가 없이 그저 아버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한 때 아낌없이 주는 것에 인색해진 삼촌의 모습에 부끄러워지는구나.


어렸을 적 남 돕는 걸 좋아했고, 서율이처럼 대가 없이 그저 남을 위한 행동이 익숙했던 거 같아. 그렇게 고등학교 때까지 구호단체나 남을 도울 수 있으면서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어. 만약 삼촌에게 급변하는 집안 사정과 어려움이 없었다면, 그 꿈을 이루며 지금 살고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성인이 되어서도 삼촌이 놓인 상황이 어떻던 기부도 하고, 어려운 분들을 남몰래 돕기도 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이어나갔지만, 도움과 별개로 삼촌의 상황은 더 힘들어졌었어. 건강도 사회생활도 바닥으로 치닫으며 돕는 일을 중단하고, 더 이상 그저 베푸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지.


부끄럽지만 한 때 사회를 원망하기도 했어. 열심히 살았음에도 왜 나아짐은 없고, 시련만 계속 찾아오는지 늘 불만이 가득하기도 했지. 그런데 돌이켜보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주변에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10년 전, 몸이 아프고 좌절하여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순간이었는데, 서율이 네 아버지 덕에 다시금 지푸라기를 잡고 일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구나. 끝까지 믿어주고 제공할 수 있는 기회나 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면서 큰 위로가 되었어. 무엇을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닌, 그저 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힘을 보태는 것이 사회에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나중에 사회에 나와보면 깨달을 수 있을 거야. 물론, 삼촌은 회사를 그만두고 삼촌만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어떤 일이던 잘할 수 있다는 응원과 값진 조언을 해주시고 계시단다.


십 수년간의 사회생활을 돌이켜보면 내 여유와 상관없이 그저 잘 되기를 바라면서 남을 위해 생활한 적이 극히 드문 것 같구나. 사회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네 아버지가 나에게 준 큰 베풂의 감사함도 더욱 커지게 되었어. 나 또한 아직은 부족할 수 있지만,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조금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늘려볼까 해.

그저 빛을 선사하는 태양처럼 나 또한 그저 베풀고 싶어

작지만 지난 3년간 꾸준히 후원을 한 결과로 유공장을 받기도 했고, 병마로 인하여 삶의 기로에 선 지인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응원하니 호전되는 기적을 보기도 했어. 내가 잘 되는 것이 최우선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인생의 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돌아보며 때론 내가 줄 수 있는 도움 안에서 최선을 다해 돕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싶어.


서율이도 학교를 가고 사회에 나오는 순간이 올 텐데,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응원함과 동시에 서율이가 어릴 적 아낌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베푼 것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그런 베풂을 하리라 믿어. 파이팅!


2025년 11월 17일

아낌없이 주고픈 새우 삼촌이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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