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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고니 Nov 17. 2023

되게 진중한 단편 시집 : 아름다운 겉 모습 뒤엔

글 끼얹은 계기

어느 날, 시골마을을 지나던 중에 넓은 배추밭에 배추꽃이 무성하게 피어있는 걸 본 적이 있다. 많은 배추에 꽃이 피어있는 게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사진도 찍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배추 농사를 짓는 친구에게 "나 얼마 전에, 넓은 배추밭에 예쁜 배추꽃이 피어난 걸 봤어"라고 얘기를 했었다. 맞장구를 칠 줄 알았던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배추 농사가 망하면, 밭에서 배추를 뽑지 않고 그대로 두는데, 그러면 꽃이 피어나. 아마도, 밭 주인의 배추 농사가 힘들었나 봐~"라고 회답을 했다.

배추꽃이 예뻐서 좋아했던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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