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플레이스.

by 김 예나

인스타를 하다 우연히 발견한 시도 풀레이스 계정에서 홈 커밍 파티를 한다는 피드를 보았고 극 대문자 I인 나는 엄두도 못 낼 , 시도조차 꿈도 못 꿀 그런 것이었다.

그러다 일종의 호기심이 들었고 시험대 위에 나를 올려 두고 시험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해내고 싶은 욕구가 충동적으로 들었다.

장난 반 진심 반 그동안 용기가 없어하지 못한 것을 해보면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동시에 기쁨이 서릴 것 같았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를 한 번 더 뛰어넘는 경험.

자기 자신에게 조금은 취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가끔은 떠오르는 충동에 자신을 맡겨 보는 것도 일상을 풍요롭게 사는 비결이지 않을까..?

그렇게 엉뚱한 들판을 걸어 보는 것도 삶을 재미있게 사는 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홈 커밍 파티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어차피 요즘 일상이 전환조차 꾀하지 못할 무기력함에 허덕이고 있어서 새롭게 환기시킬 에너지가 필요했다.

나의 대한 생각을 말끔히 잊고 낯선 존재들을 마음에

그렇게 신청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확정 문자가 왔다.

토요일 드디어 D-day.

원래는 혼자 가려고 했던 일정은 동생이라는 동행자를 만들었고. 든든한 조력자를 생성시켰고 우린 암묵적 전우애를 가지며 그렇게 동생과 도착한 파티는 어색 그 자체였다. 들어가서 10분 만에 후회되기 시작했다. 극 I와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는 역시 어려운 공간이었다.

그렇게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 도전.

나름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 미련을 버리고 오자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혼자서 갔다.

동생 없는 홈커밍파티.

두 번째 왔다고 나름 내적 친밀감이 형성되었고

나름 꽤 잘 적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 돌아가며 많은 스몰토크를 이어갔고 2차까지 함께 하게 되어

막차를 놓치게 되어 근처 24시간 하는 무인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으며 날이 밝을 때까지 밤을 새웠다.

아침 첫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삶의 균형이 좀 무너진 기분.

다시 중심을 잡기 위해

이번에는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취중 독서회에 참석.

역시나 나에게 딱 맞는 모임이었다.

좋아하는 페소아의 시집 한 권과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를 읽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

다시 제자리를 찾은 기분.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그래. 이거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

쾌락과 안정 사이.

외부와 내부 사이.

두 사이를 배회하며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초점을 맞추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보이는 것에 대해 쓸 것!!!!

수첩을 갖고 다니면서 거리를 나갔을 때

보이는 것들을 세세히 기록하기.

3월 23일 토요일.

직사각형 테이블 책 3권, 노트 한 권, 휴대폰, 크로와상, 레몬&진저 티. 사람들과 말소리.

맑은 하늘과 비스듬히 비추는 햇살.


****백팩 속 물건들****

안경, 책 몇 권, 연필, 노트 한 권.

심플한 삶.

일상을 보내다가

시네마 진국이라는 영화 게더링을 한다길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조심스레 신청.

4월 27일 수요일.

좋아하는 영화 스타이즈 본을 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같이 앉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나누다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인생 영화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수줍음이 많은 나는 신현지를 닮은 그녀와 함께 앉아 서로 영화에 대한 스몰토크를 했고

우린 제법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다시 하나둘씩 모이자

우리의 무르익던 대화에도 막이 내렸다.

우린 서로를 보며 아쉬움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영화 게더링도 뭔가를 얻어간 든든한 하루였다.

설렘과 무기력이 공존하는 일상 속에서

나는 삶의 얼굴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그중에서

삶을 보기 좋게 비켜갔으면 하는

그런 얼굴들이 항상 보인다.

조바심 가득한 얼굴, 수심이 가득 찬 얼굴,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들.

무기력함이 나를 짓눌러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는커녕 그것이 나를 더 옭아맬 때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터트려 버리고 싶다가도 이내 눈물을 훔치고 다시 일어나게 된다.

나의 감정 상태가 삶의 태도에 결정된다고 하면

모든 게 제법 괜찮아진다.

비관적인 삶의 태도는 어느새 낙관적으로 변한다.

최선을 다해 무너져도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복하고 희망을 되찾게 된다.

그렇게 실컷 실패하고 넘어져도

불평불만을 토로하고 삶을 미워하다가도 이내

피식 웃어넘길 수 있게 되며 다시 낙관하게 된다.

다시 삶을 믿게 된다.

내가 가진 수많은 감정들을 삶의 연료로 태우며

사랑도 미움도 잘 연소시키며 충동적이게 아름답게 무너지며 그렇게 삶을 소진하고 싶다.

동시에 희망과 기쁨으로 삶을 관통하고 싶다.

다시 어린아이가 된 듯 호기심 가득 담긴 눈을 장착한 채 하얀색 종이 위를 거칠게 내달리며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한 군데 모으며

편집된 얼굴들은 자르고 다시 오려 붙이며

자세하게 가장 진실되게 글을 쓰고 삶을 살아내야지.

뒤라스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싸준 짐 가방을 들고

글을 쓰기 위해, 사랑을 배우기 위해 떠나야지.

나는 자유롭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닌 나를 다시 믿기 위해 떠난다.

나 자신을 믿기 위해

사랑도 믿고, 욕망도 믿으며

나에 대한 불신은 잠식시키고

그렇게 삶을 공정하게

타인을 믿고 신뢰하듯 나 자신을 신뢰하기 위해

나를 오롯이 신뢰하기 위해

머나먼 삶의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통해 삶은 더 깊어지겠지….

그렇게 돌아온 나는 나의 시간과 마음을 쪼개 타인의 삶을 돌볼 줄 아는 능력이 생기겠지…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진정한 여행이고 삶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될 날 이 올까…

두 손은 비록 비어있지만 삶은 더 넓어지는 경험을 몸소 체험할 날이 올까…

더 많이 져주고 더 많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줄 수 있는 게 이기는 거라는 기이한 법칙을 믿게 되는 날이 올까…?

나의 글이 삶이 되는 일상.

그날도 어김없이 카페 안을 들어오니

내부에 훈훈한 공기와 음악소리가 새어 나온다.

한라봉 티를 주문하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철제 트레이 위에 음료가 가지런히 올려있다.

가방 안에서 집에서 가지고 온 책 몇 권과 립스틱,

노트 한 권을 꺼내 일기를 쓰는 나.

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며….

일기를 마무리하고

아직은 현실과 이상 사이를 방황하며 모순된 일상을 살고 있어 거리감이 들지만 원래 인간은 모순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좁혀가는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김없이 그날도 최진영의 소설 <오로라>를 읽으며 생각에 잠긴다.

망각과 기억에 기대어 사는 삶.

잊어버린 건 새롭게 다시 배우고

중요한 건 머리가 아닌 마음에 새기며

아직 무너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는 허물어졌는지….

혹시 허물어졌더라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삶이어도

뒤라스의 말처럼 타인을 사랑하듯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가여워질 수 있을까…

나를 보듬어 줄 수 있을까…

매번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 두고 시험한다.

돈과 명예 사이.

소중한 작은 일상 사이에 다리를 걸친 채

상황에 따라 두 개의 자아가 균열을 이루지만 그럴 때 다시 책을 부여잡고

근사한 라이프생활이 없이도 이미 찬란한 삶을

내가 만든, 하지만 아직은 보지 못하는

대신 먼저 경험한 누군가 미리 살짝 열어둔

창문을 열어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젖힌다.

비밀스러운 세계의 문을

내가 애착하고 경험할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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