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의 소식이 끊어져버릴 때
어느새인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그녀의 포스팅과 뜸해져 버린 소식에 나는 미치도록 궁금해졌다. 또 한편으로는 환호했다. 그녀가 그토록 바랬던 글 속으로 사라진 것 같아 그녀가 좋아했던 작가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된 것 같아 좋아해야 하는데 내심 아쉽긴 했다.
그녀의 업데이트되지 않는 소식은 그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독자이자 팬에게 있어서 삶의 작은 기쁨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난 그녀가 한껏 성장 한 모습으로 나타 날 것을 알기에… 더 멋진 글을 가지고 짠! 하고 나타 날 것임을 알기에 조용히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위해 잠시 사라짐을 택했다.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그녀와의 재회를 기다린다.
그녀의 선택은 매번 실망시킨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역시 그녀 다운 선택으로 그녀답게
분명 근사한 무언가를 손에 쥐고 나타날 것이다.
가령 신작이나 페이퍼 … 협업들
그런 상상을 하며 부푼 기대감으로 나도
일시적 사라짐을 택한다.
사라짐은 내게 일종의 숙제 같은 거다.
과연 나는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일까?
연기처럼 증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자발적인 각오가 내게 되어 있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보여주는 게 전부인 세상에 사라짐은 멋진 역행이다.
사라짐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아이러니함.
내가 가진 아름다움이 사라지기에 빛난다니.
나는 궁금해진다.
비밀에 부쳐 있어 더 숭고한 아름다움을 가진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자연과 시를 닮고 싶어졌다.
돈을 버는 대신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무한한 가능성을 쫓느라 정작 본질적인 것들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들로 자신을 채우고 싶어졌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문장이 있다
나는 누가 보지 않아도 빛나는 사람인가.
나는 자랑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인가.
나는 매일 다짐하고 번복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이제 그녀의 멋들어진 포스팅 보다 글이 더 기다려진다. 너무 불필요한 많은 정보와 이미지에 소비되어 지친 우리는 끊임없이 올라오는 멋들어진 포스팅 보다 빈 페이지를 환영한다.
모든 게 자랑이 되는 시대에
사라짐은 오히려 희귀함을 준다.
그녀가 사라져서 아름다운 것처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되려 자신이 되는 길.
자신을 통해 타인을 발견하는 삶.
자랑 보다 홀연.
디데이 보다 이전 몇백 개의 걸음.
카톡보다 몰래 온 편지 한 통.
칭찬과 관심보다 고독을 택한 그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시간을 많이 쌓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시간 또한 볼 수 있다.
그 결실을 겸손이고, 품격이고, 공감이고, 연대이고, 존경이며, 사랑이며, 이해다.
그녀는 더 잘 보기 위해 사라짐을 택했다.
그녀가 쓴 글에서 난 그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난 먼발치서 그녀의 독특한 행보를 기다린다.
그녀만이 가진 아름다운 행보를… 용감한 선택을.
나는 그녀의 이전 몇 백개의 걸음보다 사라짐 이후의 걸음이 더 기대된다.
사랑, 책을 넘어 사라짐을 유행시킬 그녀를.
나는 나에게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훔치는 도둑이 될 테니까. 나보다 훨씬 앞서는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사람. 자유형 미인. 절망을 뜯어내고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 중요한 건 되려 버려두고 가볍게 날아가는 사람.
세련된 감수성으로 사대를 매료시킨 사람.
긴 생머리, 볼드한 액세서리, 줄무늬셔츠.
수수한 눈매, 수수한 차림.
맑고, 단단한 영혼의 소유자.
외로워 보이지만 자유로운 그녀를 동경한다.
그녀만이 가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선망한다.
야생적인 얼굴의 대표주자.
자유, 꿈, 사랑, 용기를 얻기 위해 자신과 세상과 편견에 맞서 싸워나가는 그녀.
그리움의 꿈을 안고 떠나는 그녀를 기다리며
삶의 비행을 연습 중이다.
더 가벼워져서 날아가는 삶이 되기 위해
내 안으로 사라지는 연습 중.
빗장을 걸어 잠그고 암막커튼으로 삶을 가리며.
나 자신과 일대일의 만남을 가진다.
나는 고독과 친구가 된다.
울타리를 쌓아 올리고 내 안에 발자국을 한 발씩 찍으며 걸어 들어간다. 자신 안으로..
독자적인 동시에 고독한 수련의 길…
그러다 나중에 삶의 아름다운 조각들을 모으고
내가 쌓은 울타리가 모두 밟히고, 무너지는 것.
내 안에 찍힌 발자국을 기록하는 것.
그렇게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사라짐의 최종 목적이다.
아름다움은 사라짐으로 번역된다.
자연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문학과 함께. 음악과 함께.
사라짐은 내 안에서 영원히 빛난다.
저 멀리 사라지는 존재가 아닌
존재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삶.
꿈과 비행.
자유와 사랑.
나를 대변할 단어들과 함께.
나를 초대할 단어들과 함께.
하기 위해 잠시 그 뒤에 숨을 뿐이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위해.
더 오래 꾸준히 사랑하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
그렇게 사라짐은 사랑으로 잠식되겠지.
고독해서 더 아름다워질 모습을 상상하며.
공개되는 곳은 아름다움을 결코 다 담지 못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 모르는 세계를 상상할 때
훨씬 아름답다. 우리는 상대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상상하며 더 애틋해진다. 그렇게 상대의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깨끗해지고
홀연히 빛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서로 끝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안에서 우리는 고독하게 아름답다.
난 내가 끝끝내 알지 못하는 그녀의 세계를 상상하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다.
몰래 아름다운 그녀의 아름다움을 흠모하며
나도 그 아름다움에 기꺼이 동참한다.
아름다움 뒤 감춰진 진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시간 속에서 빛나는 사람으로 존재하기 위해.
사라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고독의 빈자리는 사랑으로 채워지겠지.
사라짐은 나의 무기가 된다.
사라짐으로 위장한 아름다움은 책장을 비집고 거리를 나선다. 보이는 게 전부 인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노트 속 우아한 아름다움. 결국 내 안에 다다를… 결국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 두 손에 꼭 움켜쥐며
결코 한 번도 사라진 적 없이.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사랑으로 도배되는 아름다움.
침묵과 시간은 내 마음에 공간을 여는 열쇠.
규정된 규율 속에서 벗어나 부딪힌 감각의 세포를 깨어 온전한 나로 우뚝 서기.
영원히 잠식될 사랑 안에서 헤엄쳐버리기.
가수 김창완 아저씨는 뉴스룸 인터뷰에서
혹시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사라지는 연습.”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든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고 지금 생각해 보니 마지막 라디오 방송에서 운 것도 사라지는 연습이 안 돼서 그렇다.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사라져서 아름다운 것처럼. 사라지는 연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름답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라짐을 통해 명징한 아름다움을 찾는 중.
사라져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을 믿으며.
그가 좋아하는 음악이 사라지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 달아나버리는 것처럼.
우리 삶의 최종 목적은 사라져 버리기. 일 것이다.
도망과 반대로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행해지는 아름다움. 모든 걸 비워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사람 만이
오직 사라짐을 택한다.
진실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하는 삶.
글도 마찬가지다. 진실된 글 한 부분만 남겨 놓고 나머지 부분은 과감 없이 삭제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처럼. “작가는 오직 진실해야 하오! “라고 말한 것처럼.
순수한 것은 진실된 것이고 진실한 것은 위대하다.
내가 완벽히 겪은 한 줄 빼고 미련 없이 삭제하는
거침없이, 가차 없이. 헤밍웨이가 했던 말처럼.
내가 할 일은 “ 오직 내가 아는 가장 진실한 한 줄을 쓰는 것.”이다. 삶도 그렇게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
거짓 없이 순수한 삶.
덧붙임 없이 날 것으로 빛나는 삶.
가수 김창완 아저씨는 사라짐을 담기 위해 여러 번 오버 더빙하면 사라지는 것들이 자꾸 벽돌처럼 박힌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조금 인용하자면.
사라짐을 위해 삶을 번복하면 사라짐이 느끼해져 버린다. 내가 처음 맘먹은 진실함이 훼손된다.
순수한 삶은 너무 많은 것들로 느끼해져 버린다.
그래서 사라짐에는 많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여름 하늘을 보는 것은 시.
하지만
책에는 결코 실리지 않는다.
진짜 시들은 달아난다.
-에밀리 디킨슨.
그녀의 시를 문신처럼 마음에 새기며
일시적이 아닌 영원한 사라짐을 위해 글 속으로
사라진다. 시인 김귀례가 말했듯, 나는 커갈수록 작아져야 하고, 높아질수록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나는 완벽히 사라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밀스러운 행방불명을 즐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흔한 sns도 없는 사람. 전화나 문자, 이메일로 연락을 하며 몰래 안부를 전하는 사람.
글로 만 기억되는 사람.
오랜 바람이 진실이 되길.
믿음의 증거가 되길.
보이지 않아 명백하고 깨끗한 삶.
익명의 생활을 즐기고 싶다.
흔적 없이 떠나버리는 바람 같은 삶.
희미하게 감촉으로 기억되는 사람.
연습해야지. 그녀처럼. 그 처럼.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하며,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의 느낌을 믿고, 때로는 뻔뻔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