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s of Top.

by 김 예나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도 내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다. 어릴 적 나의 우상이었던 안나원투어, sex and the city 속 캐리, 케이트모스, 코코 샤넬. 비비안 웨스트우드. 여전히 좋아하는 이자벨마랑.

지금은 패티 스미스, 아녜스 바르다, 그레타 거윅, 제인 버킨과 그녀의 딸 갱스부르, 유지혜 작가가 내가 생각하는 섹시한 여성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나는 어릴 적 케이트 모스와 sex and the city 속 캐리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의 영화 속 앤드리아를 연기했던 앤 해서웨이 같은 여자들을 보면서 나도 어른이 되면 오른손에는 막 테이크 아웃 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겨드랑이에 패션잡지를 끼고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바쁘게 휴대전화를 받으며 사회라는 이름의 전장에 나가기 위해 입는 전투복으로 짧은 미니 드레스에 뾰족구두를 신으며 마치 전투를 나서듯 비장함으로 도시의 거리를 행진하는 여자의 모습을 줄곳 상상하곤 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섹시한 여자의 모습은 비슷한 듯하나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뿔테 안경을 쓰며 잘 다려진 셔츠를 입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여자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 마르그리트 뒤라스, 수잔 손택, 존 디디온 같은 여성 작가들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레 외면에서 내면으로 이동하는 아름다움.

비단 외모 만으로 한껏 치장한 아름다움이 아닌

조용히 은은하게 빛나는 내면의 아름다움도 같이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요즘 패션 트렌드는 올드머니 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돈에서 보이는 패션을 말한다. 말하자면 대대로 상속받은 막대한 돈을 자랑하는 패션. 진짜배기 찐 부자들의 옷장 속에 있을 법한 패션.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대놓고 자랑하지 않고 은밀하게, 혹은 은은하게 자랑하는 것. 질 좋은 소재나 원단으로 뿜 내는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포인트라는 게 이 패션의 핵심이다.

stealth weath(자신의 사회, 경제적 위치나 지위를 반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옷)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랄프로렌, 더 로우, 에르메스, 샤넬, 르메르, 로로 피아나 같은 옷들이 있다.

내 옷장 속에는 영원히 들어가지 못할 값비싼 브랜드의 옷들은 나의 자존감을 한껏 무너뜨리는

주범이 된다. 지금의 트렌드는 자신만의 개성이 없어지고 그저 소위 금수저부자들처럼 되고 싶어 하며 그렇게 보이길 원하는 전반적인 사회현상이 우리가 입는 옷과 먹는 음식, 하다못해 생활 습관에 까지 반영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어느 정도 자유를 위해 돈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런 사회 분위기는 참 건강하지 못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하기 위해 비행기 티켓이 필요하지만

그곳에서 보는 시선과 하루를 만드는 선택들은

돈으로 사지 못하니까.

브랜드의 가치를 입는 것은 좋지만

그걸 자랑하는 소비는 별로 섹시하지 않다.

하루키가 말하길 명품에 파묻혀 있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내가 볼 때 섹시한 사람은 검소하게 생활하고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도 매번 달라 보이는 사람. 모든 신상을 꿰뚫고 있는 사람 보다 책과 음악에 욕심 있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다.

이를테면 내가 샤넬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성들을 위해

바지를 만들어 준 멋진 디자이너 이자 예술가이기에.

감각 뒤에 철학이 보이는 브랜드를 좋아한다.

그저 일시적인 소비가 아닌 가치와 시간까지 구매 한 다면 아름다운 소비가 될 테지만 아쉽게도

샤넬을 좋아하지만 내겐 샤넬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최초의 의미와 변하지 않을 가치를 구매할 뿐이다.

멋의 가치를 나의 시간에 들일뿐이다.

옷을 입는 방식에서 가치를 입는 방식으로.

작게나마 그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다.

여하튼 나는 옷장에 값비싼 옷들로 가득 차 있는 사람 보다 책장에 책이 수두룩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사람.

좋은 옷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책과 음악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내겐 더 근사하다.

값비싼 가방 보다 에코백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내겐 더 세련되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제인 버킨이 그 비싼 에르메스 백을 막 던지는 모습을 볼 때 섹시한 것처럼.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자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새 비싼 옷은 =좋은 옷 이 되어 버린 태도에 화가 난다. 물론 소재가 좋은 옷들은 좋은 옷이다.

그러나 소재가 좋지 못한 옷들이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는 것에 마음이 아플 뿐이다.

어느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느 브랜드의 가방을 메고 어느 브랜드의 신발을 신었는지에 띠라 분류되는 자신들의 소속감의 기준과 과연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과 분류가 되어 버린 사회적 모습들 때문에 환멸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모던하고 클래식한 패션들이 그저 올드머니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자신의 빛을 내지 못하고 있음이 속상하다. 그렇다고 올드머니 룩을 싫어하냐고 또 그것은 아니다. 분명히 우아하고 고급스러우며 멋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옷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만을 취하려는 사람들의 태도이다.

내가 원하는 올드머니란 사회, 경제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애티튜드나 대화 매너,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사회 지도층들이 같은 도덕적 의무 같은 것들이 내가 그들에게서 훔치고 싶은 것들이다.

클래식: 고전이란 뜻으로 오랜 시대를 거쳐 현대 까지도 높이 평가되는 예술작품.

꾸밈없이 자연스레 본연의 아름다움을 갖춘 멋.

깔끔한 셔츠, 진주 목걸이, 미디스커트, 뾰족구두 보단

재킷, 맨투맨, 청바지, 캡모자, 운동화를 신은

자신이 가진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하여 사회의 봉사와 헌신에 기여했으며

아들의 운동회의 달리기 대회에서 치마를 입은 채 멘 발로 달리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올드머니를 보았다.

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훔쳐

내 것 마냥 흉내 내며 그것을 자랑한다.

그녀와 비슷한 분류의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나만의 아름디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내게 없는 아름다움을 훔치는 것으로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거울 속에 비춰 보이는 나의 얼굴에도 내가 동경하는 여자들과 비슷한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나 꽤 근사한 것 같기도.

어깨가 한껏 쏟아 오른다.

자신감이 생긴다.

외면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과 자신감.

오래 지속 가능한 아름디움.

가꾸고 다듬고 관리하며

오래 간직할 그런 아름다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름다움은 비밀에 부쳐두고

나만 아는 아름다움 속에 영원히 반짝이는 사람으로 남기를.

자랑하지 않고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가령 자연같이.

값비싼 옷 대신 값비싼 경험.

옷장 대신 책장

액세서리 대신 책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며 그 시절의

나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장소, 영화, 음악

혹은 패션이 있다.

엉망진창인 삶 속에 추억이 되게 하며

내가 한때 꿈꾸던 여성의 모습으로 만들게 하는

어설프게 망가진 모습들 조차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게 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과 꿈꾸고자 했던 것들

내가 용기가 없어 주춤했던 것들이

결코 틀리지 않았으며 그저 인생의 작은 시행착오에 가까운 통과의례 일뿐 결코 주저하지 말고 다시 겁 없는 10대 소녀가 되어 거침없이 헤집어 놓고 다니며

나의 작은 실수들이 나의 모난 부분들이 나를 작아지게 하거나 해치지 못한다는 것.

나는 sex and the city 속 캐리의 모습을 자양분 삼아

꿈도 사랑도 우정도 모두 이루며 철 없이 무모했던 지난 모습들, 다시 생각해도 쪽팔리는 모습들 모두 소녀의 사랑스러움으로 다시 보이길.

나를 머나먼 곳으로 데려갈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내가 꿈꾸던 도시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싶다.

글을 사랑하고 패션을 사랑했던 내가 한때 꿈꾸고 동경했던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무대의 도시를 꿈꾸게 하고 무모하지만 용감했던 그 시절의 나를 다시 꿈꾸게 한다. 나는 다시 반짝 거리는 눈을 뜨고 원래의

나의 자리로 돌아가 한번 더 꿈을 꾼다. 이제는 그저 허황된 꿈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길.

좌절과 환희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혼자 끙끙 앓기도 할 나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다듬어주어야지.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지금의 현실에 빛을 낼 수는 없으니 나는 지금의 행복을 저축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지.

나는 더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다.

나는 내 인생의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남을 거다.

그 결과는 당연히 해피엔딩 일 것이고.

불안한 미음과 불편한 시선들을 뒤로 물리고 그 자리에 용기와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옷을 입은 자아를 앉히고 다시 한번 더. 다시 한번 더.

그때 그 자리로 앉혀 놓고야 마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모습으로 나는 엉망진창이지만 명량한 마음으로 훨씬

용감한 소녀가 되어 내가 꿈꾸던 여자들처럼 되는 꿈을 꾼다.

축축한 마음에 볕을 띄우는 일.

음지 같은 마음을 양지로 바꾸는 일.

음침한 마음에 선율을 덧입히는 일.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진장한 여자가 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사람과 닮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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