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녀사네 장미이야기 2

"장미님아 그 껌을 먹지마오!"

by 김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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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녀사네 장미 이야기 2>


“장미님아 그 껌을 먹지 마오!”

:건강검진 편


장미 견주 김녀사의 본업은 미술치료사입니다.

우리 장미 사료 사고, 간식 사주려면 부지런히 본업으로 돈을 벌어야 하지요. 그래서 미술치료 상담과 더불어 11월과 12월은 여러 곳을 다니며 강의로 바쁜 연말을 보냅니다.

스케줄러가 꽉 찰 만큼 바쁜 11월과 12월이지만, 동물매개 유주연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이제부터는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너만 늙냐? 반려견도 늙는다.

이 말에 아주 그냥 뼈를 얻어맞은 기분이었거든요.

강의 스케줄표를 무려 3시간이나 째려보며, 어떤 날을 빼야 장미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을지 치열한 시간 계산을 했습니다. 남편 역시 저만큼이나 바쁜 사람이라 사업장을 잠시 닫고 ‘건강검진 셔틀’을 맡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요. 결국 이 모든 미션은 제 몫이었습니다.

겨우겨우 동물병원과 상의한 끝에 수요일 오후 3시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빛의 속도로 쏘면, 간신히 도착 가능한 코스였거든요.

그리고 동물병원 간호사분께서 아주 또렷하게 강조하셨습니다.


“검진 8시간 전부터 공복 유지해 주세요.”


따라서 장미는 새벽 5시쯤 이른 아침을 가볍게 먹으면 될 상황이었습니다. 원래도 주인 닮아 입 짧고 소식좌인 장미는 컨디션에 따라 아침을 통째로 거르는 날도 많았기에, 우리에겐 그리 큰 미션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뚜둥. 당일 새벽.

저는 서둘러 일어나 장미에게 사료를 조금 주고,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준비를 마친 7시까지도 장미는 사료를 한 입도 먹지 않더군요. 서둘러 사료그릇을 치웠습니다. 3시까지 배가 고프긴 하겠지만, 그건 입 짧고 소식좌인 장미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샤우팅으로 중딩 아들까지 깨워 버스 타러 나가는 걸 배웅하고, 저는 9시쯤 출근 예정이라 잠시 여유를 부렸습니다. 장미의 따사로운 시선을 느끼며 뜨끈한 커피를 한 잔 홀짝이고 있었죠.


그런데…

책꽂이 주변에서 뭔가 사부작사부작,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는 장미의 뒷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뭐랄까…


8년 차 견주의 싸—한 촉.

“장...미?”

불러봤습니다.

안 돌아봅니다.

이제 그 싸한 느낌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상하다!’

저는 서둘러

“장미!!!”

샤우팅을 하며 책꽂이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하……

장미가 우유껌을 아주 맛나게 씹고 있었습니다.

제가 뺏어갈까 봐 얼마나 급했는지, 엄지손가락만 한 우유껌을 꼴깍— 씹어 삼켜버리더군요.

하……

등줄기에 식은땀이 쫙 났습니다.

화도 났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 확인이었습니다.


9시.

이미 끝이었습니다.

장미는 제 애타는 마음은 알 리 없다는 듯, 우유껌을 최초 발견한 책꽂이 근처를 맴돌며 아쉬운지 킁킁거렸습니다.


‘괜찮지 않을까?

그냥 우유껌인데… 그거 좀 먹은 걸로 설마 안 된다고 하겠어?

아닌가?

좀이 아니라… 엄지손톱만 했던가?

아니, 엄지손가락이었나…

에라이.’


혼자 온갖 망상과 혼잣말을 늘어놓다 결국, 저는 동물병원에 전화해 이실직고했습니다.


“죄송하지만, 피검사가 중요한데 섭취하셨을 경우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다음에 진행하셔야 할 것 같아요. 예약 다시 잡아드릴까요?”

얼마나 어이없고, 웃기고, 또 화가 나던지요.

건강검진 날, 자신이 숨겨둔 우유껌을 찾아 먹은 장미에게 느끼는 감정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평소와 전혀 다른 장미의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장미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참 입이 짧고 소식하기로 유명한 강아지입니다.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이틀씩 사료를 안 먹는 건 기본이고, 사료 향·질감·맛 모두 까다롭습니다. 간식도 우유껌에 발라진 고기나 고구마만 쏙 발라 먹고, 정작 우유껌이나 뼈는 거들떠보지도 않죠.

다만,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숨기기 놀이’는 무척 좋아합니다.

책꽂이 구석, 커튼 뒤…

먹다 남은 뼈와 우유껌이 집안 곳곳에서 출몰합니다.

너무 오래돼 곰팡이 날 것 같으면, 장미와 아들이 산책 나간 틈을 타 제가 몰래 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장미가,

절대 먹지 않던 우유껌을,

그것도 건강검진 당일에,

찾아 먹다니요.

제가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물론 약 일주일 뒤, 장미는 무사히 건강검진을 마쳤고 아무런 문제 없이 “내년에 또 봐요”를 기약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건강검진 에피소드가 꽤 지난 지금도, 장미는 여전히 자신이 숨겨둔 우유껌들을 찾아 먹고 있습니다.

세상이 곡할 노릇입니다.

견생 8년 차에 다다른 장미,

갑자기 먹지도 않던 우유껌을 먹는 겁니다.

강아지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성향도, 식성도 변하나요?

동물매개 유주연 선생님,

궁금합니다.


KakaoTalk_20251214_150328233_02.jpg 장미의 최애 놀이 '꼭꼭 숨겨라'


KakaoTalk_20251214_150328233_01.jpg 장미의 최애 놀이 '꼭꼭 숨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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