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이것을 줘도 될까?
밥그릇 앞에서 멈춰 선 건 반려견이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호자였습니다. 반려견의 나이듦을 우리는 밥을 먹는 것의 변화로 느끼게 되는데요.
안타깝게도 반려견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빨리 흘러갑니다.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보호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변화를 느껴도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호자’의 눈에는 처음에 내 곁에 왔을 때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저도 반려견을 양육하고 매일 여러 친구들을 미용하며 만나는데요. 이 친구들을 만난지 10년이 되서 털도 희끗하고 코색소도 연해지고 움직임도 둔해졌지만, 처음만났을 때 귀여운 모습으로 보이거든요. 그래서 반려견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 제게도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많이 경험할 수 있는 '밥'의 변화부터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달콩이 보호자님과의 대화입니다.
"원장님,
우리집에 아주 입맛이 까탈스러운 아이가 있어요.
새로운 사료만 먹어요. 일년에 두세번 큰 박람회가 열리는데
그 때마다 기호성 테스트용 사료 샘플을 받아와요. 아주 작은 용량으로 잘 먹는지,
알러지반응은 없는지 보기 위한 사료라던데 우리 아이는 정말 잘 먹어요.
우리아이 기호성에는 샘플용량이 딱 적당한 것 같아요.."
이때 달콩이 나이는 3살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서 보호자님과 나눈 대화인데요.
"그런데요.
얘가 뭘 먹었는지 모르겠는데.. 며칠째 계속 설사를 해요...
육포도 껌도 사료도 다 잘 먹었는데 설사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갑자기 얘가 왜이래... 괜히 불안하고 무섭게...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야겠지요..?"
이 친구는 7살이었는데요. 없었던 알러지가 생겼고 소화능력이 떨어져서
단백질 함량이나 주성분이 맞지 않으면 배탈이 나는 경우였어요.
어쩌면, 하루아침에 생긴 변화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7년동안의 사료샘플 시식은 중지하고 체질에 맞는 성분과 단백질함량을 맞춰서 사료를 변경했어요.
소화흡수의 문제는 장기간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 위장장애가 생길 수 있으니
반드니 나이에 맞는 사료 급여가 필요합니다.
먹는 것에 따른 변의 양이나 반응을 살피고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해야하는 것도 필요한 시기이구요.
이건 제 경험인데요, 2주마다 케어하러 오는 친구였어요. 얼굴이 이상했어요.
눈이 작아지고 얼굴 느낌이 이상했는데 목욕하면서 물에 적셔보니 볼이 퉁퉁 부어있었어요.
입술도 들춰보고
알러지때문인지 귀랑 배안쪽을 살펴봐도 아무 이상이 없었어요.
그래서 보호자님께 여쭤봤고 병원을 가보시는 것을 제안했어요.
병원을 가보니 치석은 없었지만, 장기간 단단한 것을 먹어서
치아에 미세한 금이 생기고 염증이 발생해서 치주염 진단을 받았어요.
다행이 위기상황이 되기 전에 발견해서 잘 치료 했습니다.
12살 친구인데 껌은 먹지 않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치아가 약해졌는데 단단한 껌이
무리가 된 것 같다는 것이 주치의 선생님의 소견이었어요.
치아치료 후 밥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 우리아이가 6살 이상이라면 한번씩 살펴봐야 합니다.
먹는 것은 잘 소화시키는지, 너무 단단한 것을 씹는 것은 아닌지,
가스가 많이 차는 건 아닌지, 갑자기 먹는 것을 거부한다면
입이 불편하거나 속이 불편한 것은 아닌지 체크해봐야합니다.
이 친구들의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하는 시기가 노령기 입니다.
보호자도 나이를 먹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건강식을 챙기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하고 검진도 해야하죠.
나이를 먹음에 따라, 달라지는 몸을 '내가' 잘 느낍니다.
그렇듯, 우리 반려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밥잘 먹고 잘 싸요. 건강한 것 같아요. 라는 생각보다 작은 변화라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대처로 건강한 노령기를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강한 노령기를 보내면서 오래 함께 해야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