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요일 저녁마다 댄스학원 원장님이 주도하는 바디밸런스 운동(요가와 필라테스의 핵심 엑기스만 뽑은 스트레칭,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매일 밤 루틴-침대에 누워 느긋하게 구독하는 유튜브 보기-를 시작했다.
'앗! 이게 뭐야!!!'
방금 전 운동하는 내 모습의 영상이 우리 댄스학원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거였다.
라인댄스나 벨리댄스를 하러 갈 때는 최소한의 메이크업이라도 하고 옷으로 몸매를 보완하기라도 해서 (불편한 마음이 영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상이 찍히더라도 그럭저럭 감내해 왔다.
그런데 바디밸런스 수업은 참여인원도 소수고 땀을 워낙 많이 흘리는 고강도의 운동이라 노메이크업으로 갔었다.
오늘도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숏티셔츠와 레깅스를 입고 참여했는데 거울 속 내 똥배가 유독 볼록했고 빈약한 엉덩이는 더 축 처져 보였다.
전방전위증과 내장지방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다른 날과 달리 삼각대에 영상 찍는 용도의 휴대폰을 부착시키는 원장님 모습을 얼핏 보긴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무심히 넘긴 게 화근이었다.
하체가 워낙 약한 나는 스쿼트 몇 개에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새빨개져 왔으며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누워서 하는 복근운동에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너무 힘들어
배에 힘주는 것을 잊어버린 내 배는 7,8개월 임산부마냥 튀어나왔다.
이런 나의 처참한 몰골과 부끄러운 몸매의 영상이 학원 수강생들은 물론이고 익명의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공개된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들어 어쩔 줄 몰랐다.
이어서 너무너무 불쾌하고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내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상촬영을 하고
내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영상을 게시해 버린 거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댄스학원의 시간들,
그동안 이런 일과 감정을 여러 번 느껴왔다.
찍힌 줄도 몰랐는데 우연히 보게 된 우리 댄스학원의 유튜브에서 처음 나를 발견했을 때의 그 황당함과 민망함을 잊지 못한다.
타인의 초상권에 대한 존중이 없고 모자이크 처리도 되어있지 않은 내 얼굴과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고 원장님께 삭제요청과 따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괜히 껄끄러운 관계가 될까 봐 마음을 돌려 먹었었다.
생각해 보니 사실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한 거였다.
나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거의 생존에 가깝다.
특히 내가 필요하고 사랑하는 대상일 경우 반기를 들거나 딴지를 건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었다.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여겨져도 감정을 억누르며
참아왔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두다
어느 날 도화선이 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대상에게 사자같이 포효하며 관계를 끊는 일의 반복이었다.
내게 인간관계란 그런 거였다.
말 안해도 상대가 내 감정을 짐작해서 알아주길 바랬고 그것이 사랑이라 믿었으며
그것이 안되면 나도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
슬프게도 오랜 시간 잘못된 신념으로 관계에서 절망하며 나를 괴롭혀 왔다.
이번에도 예전방식을 고수할까,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는 양가감정이 들었지만
용기를 좀 내어보기로 했다.
미움받을 용기로......
좀 불편해지면 어때?
이 학원 안 다닌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
원장님의 사랑과 인정보다 내 감정이 더 소중해!
원장님께 나의 솔직한 감정을, 느끼는 그대로 장문의 문자로 보냈다.
망설이지 않고 보낸 후 답장을 기다리는데 불안함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
그래 평소 안 하던 방식이라 두려운 거뿐이야!
원장님의 반응은 생각보다 빨랐다.
생각이 짧았다고, 영상을 내리고 혹여 담 영상 찍을 일이 있으면 동의도 구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하겠다는 답장이었다.
나는 사람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학원 운영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원장님은 이해해 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처음으로 용기 낸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미움받는 게 두려워 하고 싶은 말도 꾹꾹 참아가며 살아왔던 지난 세월들...
미움받을 용기를 내지 못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관계가 되어 끊어진 소중한 인연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오늘 이 용기가 나의 인간관계의 마중물이 되어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내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