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인간 승리했잖아요."
바디밸런스 운동(댄스학원의 신규개설강좌, 학원장님의 주도하에 학원선생님 1명, 나 포함 일반 회원 2명이 구성원이다)을 마치고 앉아서 휴식 시간을 가지며 담소를 나누는 도중 민정(가명) 선생님이 말했다.
"우리 딸 아기때 엄지 손가락을 너무 빨았는데 별짓 다해서 결국 고쳤어요."
"어떻게요?"
하고 언제나 낙천적인 숙경님(가명)이 엷은 미소를 뛴 채 물었다.
"처음에는 소아과에 갔어요.
의사 선생님 아이가 빠는 손가락에 고무 같은 걸 끼워주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밤에 반대 손 엄지 손가락을 또 빠는 거 있죠?
얼마나 쪽쪽 빠는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소아과 의사는 원인이 뭐래요?"
이번에는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유가 없대요.
그냥 빨 수도 있대요."
민정선생님이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뭔가 이유가 있겠죠.
이유 없이 손가락을 그렇게 빨리 가 있나?"
내가 추궁하듯 질책하듯 하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순간 민정선생님 표정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숙경님이
"그래서요?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했어요?"
하고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아... 그래서 그다음에는 양쪽 손에 붕대를 다 감았어요. 팔까지 다...
그렇게 하니까 그 이후로는 안 빨더라고요.
붕대 감은 손으로 밥 먹고 노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예전 기억이 되살아난 듯 민정선생님이 눈물을 글썽였다.
"네?
그러면 아이가 너무 답답한 거 아닌가요?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증상만 없앤다고 괜찮아진 거 아니잖아요.
손가락은 안 빨게 되더라도 다른 부분에 또 불편한 게 나올 수 있죠.
선생님 생각에는 아이가 왜 손가락을 그렇게 빨았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내가 말하자 민정선생님은 주눅 든 표정으로
"이유가 없어요......
그 후엔 별 탈 없이 잘 자랐어요."
한다.
그럴 리가 없다며 계속 내 의견이 맞다며 내 생각을 관철시키는 나를 보며
평소에도 신중한 원장님이
"예외도 있을 수 있으니까......"
하며 중재시키듯 말했다.
순간 나는 번개를 맞은 듯 아차 싶었다.
지금 내가 또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있구나
하고......
나는 무언가에 꽂히게 되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그것만이 유일한 길인 듯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심리학에 심취해 모든 인과관계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
상대방은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데 계속 내 생각을 관철시키거나 설득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한다.
심리학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 그 분야에 생소하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학원을 나와 집까지 천천히 걸으며 생각해 보았다.
민정선생님이 아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아이도 이미 다 자란 상태고 해결방법을 듣고자 한 게 아니다.
그저 공감해 주길 바라며 꺼낸 걸 텐데 나는 왜 그렇게 열을 냈을까?
결론은 아직도 나는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