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키보드 망가뜨린 거야?"
"엥?
난 네 책상 청소하면서 키보드도 같이 청소한 것밖에 없는데......"
"어떻게 청소했는데?
혹시 뒤집어 탁탁 두드린 거야?
지금 자판이 눌러지지가 않아!
작동이 안 된다고!"
아들이 화가 나 성질을 낸다.
아... 대략 난감....
나는 청결한 키보드로 게임 맘껏 하라고 청소해 준 건데 결과적으로는 아들에게 도움은커녕 피해를 준꼴이다.
살면서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호의로 한 행동이 예상치 못하게 상대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내 생각만으로 도움이 될 거라 준 물건이나 선물 등이 상대에게는 짐이 되고 불편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 시어머니께서 감자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내가 사둔 감자도 있고 해서 나중에 열어봤더니 싹이 다 나고 일부는 썩어서 냄새가 고약하고 흐물거렸다.
음식물쓰레기 갖다 버리는 걸 힘들어하는 내게
그 감자는 성가시고 죄책감을 가득 안겨주었다.
결국 나는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화가 났다.
'어머니는 뭣하러 감자를 한 박스씩이나 보내신 거야?
내가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 먹고 있는데....'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허탈하실까?
아들네 집에 도움 되라고 보낸 감자가 애물단지가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실 거다.
내가 좀 더 젊을 때는 선물을 주기도, 받기도 많이 했었다.
도움을 준답시고 섣부르게 행동한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다.
도움 준 다고 다 도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내가 준 선물이 그들에게는 필요한 게 아닐 수도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