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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Apr 28. 2024

'황새' 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

스포츠의 묘미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아닐까?

요 며칠 동안 TV를 보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는 인물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 유독 눈에 띈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바로 '황선홍' 선수... 아니 감독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최소 절반 이상은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축구에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2002년 한일월드컵을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하지 않을까?


'황새'. 황선홍 감독의 별명이다.

난 축구를 좋아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렇게 즐겨하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던 것 같다.

그냥 예전에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프로축구를 보면 아는 선수도 없고 재미가 없어서...

어린 시절에는 내가 사는 지역의 연고 프로축구팀이 있어 경기장에 동네 형들이랑 자주 찾아가서

응원도 하고, 선수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다.

실제 국민학교 때는 잠깐이었지만, 축구팀에 가입해서 프로선수들이 뛰는 전용경기장에서 직접 뛰어 본

경험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제법 잘 뛰는 편이고, 나름 실력도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10분도 제대로 뛰기 힘들다. 거의 헛구역질을 하며 기절할 정도의 체력이라...


말이 잠깐 새어나간 듯 하지만, 그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당시 나의 롤모델이 바로 '황새 황선홍' 선수였다(감독보다는 선수라는 호칭이 더 친근해서..)

이상하게 이 선수에게는 '정'이 많이 갔다. 친근감도 느껴지고...

같은 소속팀에 홍명보 선수도 있었는데, 이 두 선수는 포지션이 달랐다.

한 명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이고, 한 명은 최후방을 지키는 스토퍼... 홍명보 선수는 거의 리베로로 더 유명

하긴 했지만... 어쨌든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에서 각자의 포지션에서는 최고의 선수였다.


황선홍 선수에게 더 정이 갔던 이유를 꼽자면...

한국 축구는 들리는 얘기론 학연, 지연이 심하다고 했다. 특히, 프로가 아닌 선수가 국가대표로 뽑히는 경우는 드문 편인데, 뽑히더라도 특정 학교 선수가 많이 뽑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정말 실력이 특출 나야 된다.


'황선홍 선수'는 특정 학교의 선수가 아니었기에, 오로지 실력 하나로 태극마크를 달았기에 더 믿음이 갔었던

것 같다. 이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지극히 사견이기에 혹시나 반대 의견이 가지신 분이 계시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대학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는 선수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더군다나 인물도 훤칠하게 잘 생긴 탓에 더 호감을 가졌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 황선홍 선수가 넣은 골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모습은 94년 미국월드컵에서 독일과의 경기에서 

넣은 골이다. 이 전 볼리비아전에서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걸 모두 날려버려 수많은 욕을 먹은 상태였다.

물론 독일에게도 지긴 했지만, 결국 한 골을 넣고야 말았다.

그러고 나서 세리머니를 하는데, 보통 선수들은 골을 넣고 나면 환호성을 지르거나 다른 선수들과 포옹을 

하며 기쁨을 표출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때 황선홍 선수는 달랐다.

'악' 소리를 지르며 뭔가 분이 풀리지 않는 듯한 세리머니를 보여주었다.

그전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탓에 그에 대한 아쉬움의 표출이라 생각되었다. 

그 모습이 지금까지도 뇌리에 박혀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2년 한일월드컵 첫 경기인 폴라드 전에서 비로소 한국 첫 골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월드컵에 나오기 전까지 수많은 부상을 당하는 등 역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팀의 맏형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랬던 그 시절의 선수들이 이제는 대부분 프로팀 또는 국가대표팀의 감독이나 코치를 맡고 있다.

황선홍 선수도 프로팀 감독을 시작으로 올림픽 대표팀 코치, 감독 그리고 최근에는 잠깐이었지만 성인 국대팀

감독을 맡아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을까? 잠깐이었지만, 국대팀 감독을 맡은 그 기간은 이미 올림픽 대표 감독도 겸임하고 있던 시기였다. 아직 한국이 올림픽 진출을 최종적으로 확정 지은 시기가 아니었기에 성인 대표팀 감독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황선홍 감독은 개인의 안위보다 당시 대표팀의 엉망진창인 위계질서와 처참한 한국 축구의 추락을 

선배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나름 큰 결단을 하여 맡은 것이었다(이것 또한 진실은 본인 이 외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난 이 선수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싶기에...)

결과적으론 성공이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그러나 며칠 전 올림픽 대표팀은 아시안컵 8강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에 지는 바람에 10년 연속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 비난은 온전히 감독에게로 돌아갔다.

물론 감독이 선수단을 책임지고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욕을 먹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저 팬으로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리고 불거져 나온 기사 중에 하나가...

'대회 중에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직 면접을 보았다'라는 기사도 함께 나왔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분명 얘기를 했다.

"내가 그렇게 비겁하지는 않다. 면접을 한 그런 일은 없다."라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내가 본 황선홍 감독은 선수 때도 그랬고, 은퇴 후에도 늘 착한 모습의 사람이었다고 생각된다.

클린스만 같이 변명이나 거짓을 늘어놓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자존심도 강하고, 의리도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자의 저런 질문에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축구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분명 국가대표를 맡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황선홍 선수가 감독으로서도 성공해서 꼭 한국 대표팀을 맡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팬 중 한 사람이다.


10년 이상 국가대표 선수로서,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서 책임과 헌신을 다 한 선수였다.

선수로 뛸 때도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못 넣게 되면 스트라이커로서 수많은 질책을 받게 된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기대했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집중포화를 맞게 된다.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 건 나 역시도 많이 아쉽다. 

그것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창 아래인 나라한테 졌다는 건 참 어처구니없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듯이, 그 결과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꼴찌가 1등을 잡기도 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묘미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 스포츠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 또한 스포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황선홍 감독...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을 테지만, 

선수시절처럼 분명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기대해 본다. 

나에겐 손흥민, 박지성 보다 더 멋있는 선수이고, 진심을 다해 응원했던 선수이기에...


다시 한번 그라운드에서 그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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