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
오늘은 회사 노조 체육대회 날이다.
지금까지 이직을 4~5회 정도 했었는데 노조활동을
이렇게 지속적이고 거창하게 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했던 것 같다.
대동제(大同祭)
"다 함께 어울려 화합한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축사를 하시는 분이 말씀해 주셨다.
매일 모니터만 바라보거나, 민원 전화 응대에
매달리다 오전부터 사무실이 아닌 야외로
출근하는 것만 좋은 것 같다.
O, X 퀴즈, 보물찾기, 노래자랑, 계주...
예전 학교 다닐 때 운동회를 하던 풍경과 비슷하다.
오전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새벽부터 사무실에 나갔다 온터라 그냥
조용한 곳으로 가서 쉬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는 찾을 수가 없다.
다행히 내일은 근로자의 날인 덕분에 공식적으로
또 하루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다.
But...
편하게 쉴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도 고민이다.
내일 사무실에 가야 될지 말지를...
이런 상황은 쉬는 것도 아니고
안 쉬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
특히나 5월은 연휴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그 연휴 전에 준비해야 될 행사가 있어
마치기 전까진 맘 편히 쉴 수가 없기 때문에.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고
보면 볼수록 틀린 게 눈에 띄고 수정해야 될게
많은 것 같아 솔직히 손 대기도 싫은 마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업무 걱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한 편으로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까지 신경을 써야 되나?' 싶기도...
마음이 안 편하니 흥이 나지도 않고
'차라리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나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짜 청개구리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웃긴 것 같다.
일과 휴식은 분리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언제쯤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이건 '신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것 아닐까?
언젠가 일본 드라마 중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라는
드라마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이 걸 선택한 이유는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것도
재밌다는 얘기를 들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건데
다행히 내용도 너무 재밌긴 했다.
보고 나서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일본에서도 엄청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였다고 했다.
사람들은 힘이 들 때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한 가지를 보통 선택하게 된다.
도망치느냐!
아님, 참고 끝까지 하느냐!
예전 같으면... 아니 불과 6개월 전에도 나의 선택은
후자였다. 참고해보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고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으로 견뎌왔었다.
그런데 이제 한계에 온 듯... 마냥 참고 지내는 건
답이 아니란 생각이 계속 든다.
이런 시기에는 잠깐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도망이나 회피라기보다는
쉼이라고 하고 싶다.
도망치는 건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않고
피해 버리는 거니깐... 잘 매듭을 짓기 위해 지금
노력 중이니 도망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싶다.
아직 인사 시즌이 되려면 2개월이나 남았다.
그런데 이동할 거라 생각하니 시간이 길진 않은 듯.
갑작스러운 것보다
이렇게 미리 계획을 하고 준비하는 게 편한 편이라...
남은 시간 동안
도망이 아닌 좋은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온 곳인데...
언제 또 올 수도 있는 곳이기에 깔끔하게 마무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