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을 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전, 아직도 수행 중입니다.
말과 관련된 속담을 떠올려 본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침묵은 금이다'
또 뭐가 있을까?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이 씨가 된다'
이 정도가 5분 정도 고민해 보니 떠오른 말과 관련된 속담들이다.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는 건가?ㅎㅎㅎ)
말과 관련된 속담 대부분의 속뜻은 '말을 조심하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말을 많이 하는 건 나쁜 의미인가?
당연히 그건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얼마 전부터, 사무실에서 친한 팀장님으로부터 듣는 얘기가 있었다.
걱정 반, 농담 반으로 하시는 한 단어... 아니 사자성어가 맞을 것 같다.
'묵언수행' ㅋㅋㅋ
"대리님! 오늘도 묵언수행 중이야?"
책상을 정리하고 퇴근할 때쯤 마주치게 되면,
"대리님! 오늘 묵언수행 다 끝났어?"
ㅋㅋㅋ 웃기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뭔가 오묘한 단어이다.
인터넷 '나무위키'에서 의미를 한 번 찾아봤다.
[默言修行 : 침묵, 즉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종교적 의미를 많이 내포하고 있는데, 검색해 보니
[불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_네이버 검색]
참 좋은 의미로 설명이 되긴 하는데, 내가 팀장님에게 듣는 의미는 이와는 거리가 먼 의미일 것이다.
그 속뜻은...
'왜 말을 안 해! 사무실 출근해서 다른 직원들처럼 얘기도 하고, 수다도 떨고, 헛소리라도 좀 해봐.'
'그렇게 일만 하고 있으면 스트레스 쌓이고, 머리만 아플 건데.... 그냥 재밌게라도 지내봐.'
라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신다.
(사실 그전에도 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셨기에, 난 이런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말수가 줄어들었고, 업무 얘기나 필요한 말 이 외에는 '묵언수행(?)'을 하는 편이다.
의도한 건 절대 아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사무실이라는 절에 들어와 책상 앞 의자에 앉게 되는 순간부터
화장실이나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참선(?)을 하고 있다.ㅋㅋㅋ
솔직히 말을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 말을 내뱉기까지는 또 혼자서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나 이 말을 던졌을 때, 불편해하지 않을까? 재미없어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코미디언도 아니기에 웃길 필요는 당연히 없는 거지만...
사람들 또한, 나의 개그를 원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냥 고민이 된다. 아니 고민이라기보다는 쉽게 말이 잘 안 나온다.
이렇게 말을 안 하는 횟수나 시간이 많다 보니...
가끔... 평소 친구들이나 가족들한테 하는 우스갯소리 같은 농담을 생각 없이 던지기라도 하면...
예를 들면...
"대리님!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비타민도 좀 챙겨 먹고 다녀!"라고 말하는 팀장님에게....
"팀장님이 비타민 같으셔서, 얼굴만 봐도 피로가 풀리는 것 같네요!"라는 말을 했을 뿐인데...
옆에 계시던 분이 오히려 더 깜짝 놀라시면서...
"대리님!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 요즘 어디 학원 다녀?"
"헐... 무슨 학원이에요. 그냥 말을 안 한다 뿐이지, 저도 이런 말 잘하거든요!" ㅋㅋㅋ
그렇게 말을 끝내고 나왔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게 사무실에만 가면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아니 거의 하지 않게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긴장도 되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일만 처리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다.
또한, 마음이 잘 맞는 사람도 어느 순간부터 찾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예전에는 그래도 사무실에 꼭 한 명은 진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어서 힘들 때 터놓고 지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서 이렇게 글 쓰는 시간이 제일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 쓰는 중에 입으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 지금 쓰고 있는 글을 읽어가면서 적다 보면
마음의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처음에는 사람들과 일부러라도 어울리기 위해 말을 해야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말을 안 한다고 해서 아예 입을 꾹 다물고 있다거나,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걸어도 모른 체 하는 건 아니기에,
누군가 다가와서 말을 거는 경우에는 허물없이 또 편하게 대하기도 한다.
(단, 불편한 상대에게는 왠지 단답형의 대답을 해버리는 편이지만...)
앞에서 적은 속담처럼, 말을 한 번 잘못 내뱉게 되면
오래가는 효과도 있고, 그다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되기도 하니깐.
옛날에는 남자는 과묵해야 되는 게 좋다는 평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재미있고 위트 있는 남성상이
인기인 듯하다. 아마 저 남성상은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
그나마 진짜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사무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들을 제외하고...
고향 친구들을 만나서 듣는 얘기 중 하나는....
"그 입 좀 다물어라! 시끄러워래이~"
"니가 떠들어야 재밌지!"
"헛소리 좀 그만해라! 그 주둥이 좀 다물고 있으면 안되겠나? 왜 이리 시끄럽노!"
ㅋㅋㅋ 이렇게 완전 상반되는 반응을 들은 적도...
거의 극과 극의 삶을 살고 있는 듯...^^;;
앞에서 언급했듯이 뭐든지 적당히 적당히가 좋은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에 베인 것 같기도 하고, 특정 공간에서 나만의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불편함 보다 편안함을 더 크게 느껴 고치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라고 해야 되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행동이 크게 득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아님 남들이 보기에 안 좋은 인상으로 비칠까 봐 라는 이유에서 애써 이런 모습을 바꿔나가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이런 부분도 내 모습의 일부이고... 시끄럽게 떠드는 모습 또한 내 일부이기에...
그냥 어느 공간,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는 본능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나마 행동을 해야 할 때는 적당히 취하는 편이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괜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억지로 바꾸려면 더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남들에게 맞춰 지내야 되는 건 점점 불편하고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내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스님처럼 참선을 하는 '묵언수행' 까진 할 수 없지만... 아니 그렇게 까지 할 생각은 추호도 없긴 하다.
그냥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정도까지는 계속 유지해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그렇고, 말 많은 사람들 옆에 있으면 쉽게 기가 빨리는 편이기에...
그냥 조용히 조용히... 나긋나긋하게 지내는 것도 나에게 있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사람들에게 본모습을 전부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언제 그 많은 사람들을 전부 신경 쓰면서 살 수 있겠는가? ㅋㅋㅋ
앞으론 보다 더 확실한 선택적 '묵언수행' 자가 되어보리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