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그게 뭐야? 새로 나온 메뉴야? ㅎㅎㅎ
아침 출근길에 '김영철의 파워 FM'이라는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이다.
매일 다른 주제의 코너로 게스트가 나와서 정보도 제공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사무실에 도착해 있다. 안타까운 건 사무실 주차장이 지하에 위치해 있어 한창 재밌는 에피소드가 나올 때쯤엔
주차장 입구로 들어사는 시점과 맞물려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지직~ 지지직~'
'무슨 얘기가 나오길래 희미하게 웃음소리가 들리는 걸까?' ㅎㅎㅎ
(또, 오늘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얘기가 새어나가고 있는 것 같네요...^^;;)
오늘의 라디오 주제 중 하나는 어느 통계에 따르면(어떤 통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요즘 직장인들에게 설문을 한 결과 승진을 원치 않는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습니다.'라는 내용을 주제로
게스트와 진행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을 들었다.
그 원인으로 승진을 하면 책임져야 될 일이 많아지고, 일거리도 점점 많아져 상대적으로 개인의 삶이 줄어
든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부터는 개인의 삶이 더 중요시되었다고 하면서
수입이 조금 줄어들어도 개인의 삶을 더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응답 비중이 많았다는.
물론, 이 설문의 결과가 대한민국 국민의 전체 의중을 반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개인은 즐기는 삶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고, 명예욕이 강한 사람은 승진을 원하기도 하는 등
사람마다의 생각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 내용을 들으면서 '현재 나의 생각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라고 생각을 해봤는데...
난 설문 응답 비율이 높았던 쪽에 더 가까웠다.
예전에 농담으로 많이 주고받았던 말 중에 하나가,
"넌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고 싶어? 가늘고 길게 하고 싶어? 아님 짧고 굵게 하고 싶어?"
여기서 가늘고 길게라는 건... 특출 나지 않고 승진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정년까지 길게 가는 것을 의미하고,
짧고 굵다는 건 안정된 직장 생활보다는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승진을 할 수 있는...
이런 상반된 의미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말이기도 했다.
20대 중반 첫 사회의 직장에 다닐 때, 팀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는 분을 보면 엄청 커 보이고, 부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팀장을 달 수 있을까?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나 점차 사회에 물들고 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부러움 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멋져 보이고, 스마트해 보이던 팀장을 비롯한 직장 상사들을 보면...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너무 일에 치이고, 윗사람에게 치이고,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입장이니...)
그리고 현 직장은 직원들이 워낙 많은 곳이다 보니 승진이 많이 정체되고 밀려있는 상태다.
또, 과장까지는 연차가 되면 자동진급이지만, 팀장부터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이 회사에는 다른 동기들보다 늦은 나이에 들어왔는데, 현재 6년 차 대리 직급을 달고 있다.
보통 대리를 달고 5년 후면, 과장을 달 수 있다. 그리고 과장으로 3년 정도 지나면 팀장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입사 때부터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팀장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될 때 즈음엔 나이가 거의 50이 다 되는 시기였다.
'악! 그때 시험을 쳐야 되는 거라고?ㅋㅋㅋ'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난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10살 이상 차이 나는 동기도 있었으니...
나이가 많다고 머리가 뒤처진다는 식의 비하 발언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역시나 무리였다.
'과연 30대 초반 두뇌를 40대 후반의 머리가 이길 수 있을까? 아니 따라나 갈 수 있을까?'
불가능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입사 초반까지는 그래도 승진에 대해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현재 근무하고 있는 본부에서의 팀장, 부장님들이 하는 일을 보면...
정말 엄두도 안 나고, 굳이 승진을 해서 이렇게 힘들게 지내는 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그냥 직장에서는 큰 욕심부리지 않고, 적당한 업무를 맡아서 실수 없이 지내는 게 나은 게 아닌가?'
라며, 가끔 비슷한 직급의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비슷한 생각들을 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긴 했다.
물론, 그들 또한 그 자리에서 100% 진심을 다 꺼내놓지는 않았겠지만...
우리 팀장님은 올 1월에 승진을 하셔서 본부로 발령을 받으셨다.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결혼도 하셨고, 애가 둘이지만 팀장으로 승진을 하면 근무지가 변동되기에
어절 수 없이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
초보 팀장님이시지만, 열심히 하시려는 모습이 눈에 확연히 들어오는 게 사실이다.
팀원들을 많이 챙겨주시고, 아직 업무가 서툴다 생각하셔서 항상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전혀 그렇지도 않은데...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곤 있지만, 한 번씩 얘기를 듣다 보면 은연중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부분과
본부 업무가 많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팀장은 아니지만 어떤 심정이라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팀장님은 팀장이라는 직책도 처음이고, 업무 또한 생소한 업무를 맡았고, 거기다 네 명의 팀원까지 이끌고
가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항상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고 애를 쓰려는 모습에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다. 그만큼 팀장의 위치가 녹록지 않았다는 걸 팀장님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 순간이었다.
나 또한, 약 1년 동안이었지만, 팀장을 해 본 경험은 있었다.
처음 팀장을 맡아보라는 제의가 왔을 때는, 팀원일 때 보다 조금 더 오르는 월급과 승진이라는 기회를 부여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끌려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 기간 동안 잃은 것도 많지만 배운 것도 많았던 시기였다고
생각된다.
잃은 건 사람과의 관계... 팀원일 때는 친했던 사이가 일적으로 얽히고설키다 보니 쉽지 않았다.
그리고 배운 건 스스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차후에라도 같은 기회가 생긴다면 이전과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회사에서 승진을 한다거나 중책을 맡는다는 건 그만큼 누릴 수 있는 자유도 생기는 거지만,
한 편으로는 그에 걸맞은 통제와 책임감, 막중한 임무를 다 수행해야만이 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사람들을 부릴 수 있고, 대우를 받으니 편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기에...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닐 것이다.
앞에 얘기했던 통계 결과처럼 '요즘 직장인들은 승진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라는 결과가 있긴 하지만,
아직 내 주변에서는 그런 분들보다는 오히려 승진 시기가 되면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분들...
그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피땀 흘리며 밤낮 공부에 매진하는 분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게 현실이니깐...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이라는 비중이 적지 않기에...
승진이 곧 명예라는 의미도 있지만,
승진은 바로 돈과도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늘고 길게 살든, 굵고 짧게 살든 그건 개인의 선택인 것이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결코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도 없다.
다만...
어떤 선택이든 간에 개인 누구나가 인생에서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게 최고의 삶이 아닐까?
직장에서 승진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인생에서 승진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가족들에게는 최고의 아빠, 엄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만년 과장이라도 사적 모임에서는 회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것에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이루며 지내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승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