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일 X 1일 - 1일 = 337일

난 '영끌족'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by 관돌

토요일 아파트 입주설명회를 다녀왔다.

3년 전 운 좋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현재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이전 근무지에서 같이 근무하던 동료의 얘기를 듣고 우연히 청약을 한 번 넣어 봤는데...

1차에선 탈락했지만, 대기 명단을 앞순번으로 배정받았었다. 서류 미비 등의 이유로 1차 당첨자들 중

탈락자들이 대거 발생하여 나에게 까지 동 호수를 추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관돌님! 0월 0일 일요일 10시 아파트 동호수 추첨이 있습니다. 불참 시,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라는 문자를 받았다.

'잉? 이게 무슨 일이지? 순번이 여기까지 오네... 얏호!'


예상하지 못한 연락을 받았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엄청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추첨을 하는 그 일요일이 낀 휴일이 가족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2박 3일 일정으로 강원도 쪽으로 가족여행이 예약되어 있어 취소는 할 수 없었기에 난 하루만 자고 토요일에

홀로 내려와야만 했다.

가족들 역시도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에게 기를(?) 북돋아 주셨다.

"야! 잘됐다! 청약으로 당첨되기도 쉽지 않은데... 그것도 브랜드 괜찮은 아파트고..."

"이렇게 해야 집을 살 수 있는 거니깐... 기왕 뽑는 거 좋은 층수 뽑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그 순간에는 너무 들뜬 기분이었고, 좋은 층수만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혼자 운전을 해서 새벽녘에 집으로 도착했다.

'10시에 추첨을 시작하니깐... 늦어도 9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된다.'

'혹시 모르니깐 운전은 하지 말고 지하철을 타고 가야겠다. 괜히 잤다가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알람을 몇 개씩 맞춰놓고 잠이 들었고, 다행히 7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시간

맞춰 출발은 가능했다.

지하철을 한 번 환승하는 코스였는데, 아뿔싸...

1호선으로 환승하고 나서 하차역을 잘못 내려버렸다.

'어! 여기 맞는데... 이 역이 맞을 건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한 코스 전에 내렸어야 했는데, 자신만만하게 검색을 해보지도 않고 그냥 생각대로

내린 것이었다.

'아... 믿을 사람을 믿었어야지. 길치인 내가 나를 믿다니...'

시간은 20분 정도 남았고, 걸어서 가기엔 좀 헷갈리기도 했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다시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바로 택시를 잡고 모델하우스로 향했다.

택시를 5분 정도 탔을까? 도착이었다. 기사님한테도 좀 민맘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에는 늦지 않고 무사히 도착을 하였고, 추첨이 시작되기 전 착석을 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난 이런 게 처음이라 다소 긴장이 되기도 했었다.

사회자의 진행 순서를 듣고, 정해진 순번대로 뽑는 방식이었다.

좋은 층수를 뽑으신 분들은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셨고, 본인이 생각했던 층수와 다른 곳을 뽑으신 분들은

포기를 하시기도 했었다.

'기왕 뽑는 거 고층으로 뽑히면 좋을 것 같은데... 그래야 전망도 괜찮을 것 같고...'

드디어 순서가 되었다. 번호가 적힌 공들을 넣어 둔 상자 안으로 손을 집어 넣은 후, 하나의 공을 뽑았다.

'과연 몇 층일까?' 두근두근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축하드립니다. 000동 2600호입니다!"

'26층? 오! 대박... 딱 중간층 정도였다. 내가 원하는 층수와 가깝다. 너무 낮지도 너무 끝도 아닌 중간...'

"선택하시겠습니까? 포기하시겠습니까?"

'이 사람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포기라니...ㅋㅋㅋ'

그렇게 그 자리에서 미리 준비해 둔 서류를 가지고 계약서를 바로 작성을 했었다.

후순위 당첨은 그날 바로 계약이 진행된다는 사전 안내가 있었기에 서류와 계약금의 일부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 거기 계신 직원들의 축하 인사를 받으며 전시되어 있는 아파트 모형과 내가 앞으로 살게 될 호수를

살펴보았다.

'내가 이 아파트에 살게 된다고? 오! 성공했구나! 관돌이!'

그 당시에는 그 생각뿐이었다. 그저 좋았다. 뒷일에 대해서는 걱정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 순간에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현실을 직감하고 난 이후부터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과연 잘한 게 맞나? 혼자서 저걸 감당할 수 있을까?'

'영끌'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싫지만... 아니 내가 그 '영끌족'에 포함된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젊은 청년층이 집을 사기 위해 '영끌을 한다'라는 내용을 접했을 때,

'우와... 굳이 저렇게까지 해서 집을 꼭 사야 되는 건가?'

'그냥 수준에 맞춰서 사는 게 나은 거 아닌가?'

그런 뉴스거리를 볼 때면 항상 이런 생각들을 했었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뉴스에 나오는 '영끌족'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계약서를 쓸 때도 중도금 대출 등 대출가능, 대출가능...

이런 말에 현혹이 된 덕분에 현실적인 부분을 그 순간에는 고려하지 못했었던 것 같았다.

계약서를 쓰는 순간 이미 돌이킬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래... 아직 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으니깐, 그동안 준비를 해보자.'


그렇게 3년이 지나고 이제 11월 말이면 입주 시점이 다가온다.

3년 전과 현재... 상황은 좀 달라졌을까?

.....

딱히 대책은 모르겠다는 게 현재 심정인 것 같다.

대출이 된다고 해도 그걸 갚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고...

현재 아파트 값도 호재가 아니라 거의 악재 수준이기에...

부동산 쪽으로 지식이 해박한 편도 아니기에 솔직히 3년 동안 공부도 하진 못했다. 아니 안 했었다.

그냥 생각만 하고 계속 지나온 것 같았다. 막연하게나마 머릿속으로...


토요일 진행된 입주설명회는 법무사 사무장님이 오셔서 세금과 대출 관련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유튜브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음알음 쌓아왔던 지식(?)들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뭔가 명쾌하기도

했던 반면에, 더 막막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휴~ 어떡해야 되는 거지? 바로 입주를 해야 되는 게 맞나? 전세나 월세를 주는 게 맞는 건가?'


이젠 예전만큼 여유 있게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입주시기도 점점 다가오고, 입주 여부에 대해서도 서서히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입주 여부에 따라 근무지도 결정을 해야 하기에...

이래저래 생각을 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혼자서 머릿속으로 구상해 왔던 계획과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는...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는 게 사실인데...

아파트 입주자 단톡방에 들어가 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도 눈에 띄긴 했다.

'설명을 들으니 명확한 기분은 드는데... 오히려 막막함이 더 커진 기분이라는...'



집... 자가...

참 탐나고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욕심이 생기는 단어이긴 할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런 생각으로 청약을 하게 되었고, 계약까지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걸 얻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을 현재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둘이 아닌 혼자서 이 모든 걸 해결하려니 솔직히 더 힘든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청약을 하고 나서 좋았던 부분 중 하나가... 온전히 은행이 돈을 대신 갚아주고 있는 상태긴 하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40대 남자에게 가끔씩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해오기도 한다.

'혹시 집은 있어요?'

어떻게 보면 대게 무례하고 실례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아.. 그냥 청약 당첨받은 게 하나 있긴 한데... 거의 빚으로...'

이렇게 말을 하면 보통 반응이

"우와! 이제 집도 있고, 장가만 가면 되겠네. 준비가 다 됐네!"라고들 하신다.

정작 중요한 뒷 말은 듣지 않고, 그냥 앞에 말에만 그들의 귀에는 들렸는지 몰라도...

하긴... 나 역시도 그분들의 질문에 답을 할 때 강조했던 말이 '청약받은 집'이었으니...

아무튼 이 나이까지 전세, 또는 월세로 살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된다면, 혼자 생각에

'그 나이까지 뭐 했대? 그래서 어떻게 결혼하려고? 돈도 얼마 못 모았나 보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기에 집이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겐 엄청 자부심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아 힘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이 부분 또한, 내가 헤쳐나가야 할 몫이긴 하다.

영끌을 했던, 아니든 간에 이건 이제 중요하진 않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해결하는 게 중요할 뿐...


'하늘이 무너져도 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속담처럼 쉽게 해결은 되지 않을 수 있을지라도

불가능한 상황만은 아니기에...

이젠 좀 더 냉철하게 고민을 해 볼 시기인 것 같다.


이번에도 느끼는 거지만...

뭔가 하나 해결이 되면, 항상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기는 게 삶인 것 같다.

'항상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살아야 된다'라고 누군가 말을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고민거리가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까지도 그래왔듯이, 이번 고민도 잘 해결해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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