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작가님이라니. 아직도 참 어색한 호칭이다. 내 이름으로, 누구의 엄마로 혹은 학교에서 불리는 정도로 날 불러주는 것이 편했다.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것은 민망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내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작가로 남겨지기 위해 썼던 것은 아니라 더 그렇게 생각 들었다. 이런 마음에서 처음으로 벗어나게 해 준 사람을 만났다.
지금까지 내 책을 읽어준 분들은 대부분이 엄마들일 것이다. 같은 엄마로서 고민하고 있는 내용들을 그리고 새로운 선택이 나쁘지 않음을 알렸었다. 그리고 또 다른 독자의 한 그룹은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신 선배 부모님들이 일부 계시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유명 작가도 아니고 인스타나 블로그에서도 인플루언서로 활동하지도 않기에 예상한 독자 이외에는 내 책을 읽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인스타에 친구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팔로우를 하지 않았으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메시지가 간혹 오더라도 별로 의미 없는 메시지들이었다. 그날도 메시지를 읽을까 말까를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이상하면 읽씹하지모.'
메시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한참을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장난치는 건가?'
장난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시골유학에 평소에 관심이 있어 학교 사회문화 수행평가를 시골유학 주제로 탐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 디엠 보내드립니다]
'수행평가???'
'수행평가면 몇 살인거지? 중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도 모르는 학생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였다. 의미 없는 메시지인 줄 알고 5일이 지나서야 읽게 된 메시지였고, 5일이 지나서 답장을 했다. 답이 늦어져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봐도 된다고 연락했다. 오전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해가 넘어갈 때쯤 답장을 받았다.
[이제 학교가 끝나 휴대폰을 수령하였습니다. 곧 질문을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수령했다니. 핸드폰 사용을 학교에서 제재받고 있는 학생이었다. 중고등학생 엄마가 아직 아니라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이 어찌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핸드폰을 마음대로 사용하기엔 아직 어린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장난을 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주제를 잘못 잡은 것 같아서 새로운 주제로 변경했을까? 시골유학에 관한 질문을 하고 싶다던 학생은 3일이 더 지나서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이 질문하는 정도라고 해봤자 왜 가셨나요? 어떤 점이 좋으세요? 어떤 점이 나쁘세요?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받은 메시지를 보면서 부끄러움과 대견함이라는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어주었는지 질문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학생이 이런 질문들을 뽑아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나 보일 법한 현실적인 질문들도 날카롭게 담겨있었다. 그리고 찰리체리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많은 말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시골유학에 대한 인식이 좀 부정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과한 사교육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부정적인 시각은 찰리와 체리 그리고 작가님 덕분에 바뀔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친구들에게도 많이 추천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아직은 어린 학생의 입장에서 보기에 시골유학이 과한 사교육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시각이었다. 맹모삼천지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 그렇게까지? 했던 어렸을 때 내가 생각났다. 그래 엄마가 얼마나 장난 아니면 애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책 하나로 인해 달라졌다는 말이 또 나에게는 희망이었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이런 기분이구나! 예상치 못한 독자는 나를 진짜 작가로 만들어 준 것 같았다.
아마도 그때부터 다시 멈추었던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또 다른 예상하지 못한 독자님들과의 만남을 꿈꾸며 지금도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