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휴가지만, 나는 일상이야.

by 하얀

벌써 휴가철이다. 양양에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보인다.

유명하다는 닭강정집 앞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모두들 닭강정 하나 포장해서 바다로 계곡으로 향하나 보다. 그렇게 사람들은 양양에 휴가를 보내러 온다.


지난 목요일.

친정식구들이 1년에 한 번 양양을 오는 날이다. 엄마, 아빠, 동생, 올케, 조카들까지 총출동해서 양양을 즐기고 갔다.

친구가 오기도 하고 신랑친구도 오고

찰리체리 친구들 가족까지 3년 차를 보내면서 많은 손님들을 맞이했다. 모두들 휴가를 오는데 나는 손님맞이로 여름이 짧기만 했다.


양양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언제든 휴가 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쁜 점은 휴가철에 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 휴가라고 양양에 와있는 신랑이 휴가기간만 되면 꼭 하는 레퍼토리가 있었다.

"휴가라서 왔는데 그냥 집에만 있어?"

"당신은 휴가지만 나는 그냥 일상이야. "

엄마아빠가 간지 하루 만에 본인 휴가임을 또 강조했다. 집에 있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아니까 빨리 머리를 굴렸다.


눈뜨자마자 운동을 나갔다가 체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속초 맛집을 갔다가 울산바위가 보이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돌아오면 얼추 하루가 갈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과 계획은 다른 법이다.


체리가 학교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누워있는 신랑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낼 것 같은 예감이다. 하루라도 휴가 같은 기분이 들게 하고 싶었다. 더 늦으면 안 된다며 30도가 넘는 아침더위에 집을 나섰다. 선크림도 덕지덕지 바르고 바다가 보이는 파크골프장으로 데리고 갔다. 봄에 같이 나갈 때만 해도 어떤 걸 알려줘야 하는지 몰라 "그냥 혼자 알아서 쳐."이러고 말았다. 매번 실력이 잘 안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말들을 모아 신랑 강습을 해주기 시작했다.

파크골프에 입문하다

"채를 잡는걸 그립이라고 해. 그립은 3가지 방법이 있어. 그립은 연습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돼."

"자 먼저 자세를 잡아야겠지? 그건 스텐스라고 해. 스텐스에도 3가지가 있어. 그런데 이건 홀컵의 위치에 따라서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고 자세를 잡는 거야."

얼핏 들으면 잔소리 같기도 한 교육이었다. 기존자세를 설명해 주니 확실히 공의 방향도 좋아졌다. 올해는 둘이서 파크골프를 치자며 내가 더 열심히 연습할 테니 기다리라 했다. 11시가 넘어가자 날이 더워도 세상 이렇게 더울 수가 없다. 내리쬐는 햇볕에 상의가 다 젖었다. 그 정도로 해주고 오니 피곤함도 있었지만 무엇인가 한 가지 제대로 하고 온 것 같았다. 이제 속초 맛집만 가면 될 것 같았다. 야속하게도 꼭 가려는 맛집은 휴무가 걸렸다.

계획수정이다. 바다를 나가자는 신랑의 말에 신랑은 서핑강습을 보내고 나와 체리는 근처 사우나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셋다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찰리와 체리의 전학 이후 올해는 바다를 나가는 일이 적었다. 물론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 비할 수 없지만.

학교 하나 옮겼다고 바다를 안 가도 너무 안 갔다. 신랑을 지칠 때까지 강습과 연습을 하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휴가 같은 느낌일 테니까.

야외가 보이는 노천탕에서 한껏 즐기고 체리와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시원하고 여유 있는 이 시간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매번 다른 사람들의 휴가를 책임지느라 3년간 내 휴가가 없음를 깨달았다.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휴가인 것 같다.

짧은 휴식이지만 다시 일상으로 복귀와 신랑의 마지막 휴가 기분을 만끽해줘야 하니 보드와 함께 사진 한 장 찍어주러 가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쉼이겠지만, 누군가는 일상인 하루. 그래도 오늘정도면 휴가와 일상이 잘 어우러진 거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