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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Dec 12. 2023

난 멈출 수가 없어

양양은 나를 가만있게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신 분들은 자격증을 안 따려야 안 딸 수가 없어요."


11월 둘째 주 수요일 아침 10시 

[오늘도 시골유학 중입니다] 최종 원고가 넘어가고 바로 다음날이었다.  약 한 달간 탈고 과정을 거치며 출판사의 스케줄에 맞추느라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최종원고를 넘겼으니 이제 좀 양양에서의 2년을 돌아보며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최종원고를 넘긴 다음날 아침, 나는 하루종일 교육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나의 비정상적인 스케줄을 의심했었다. 

'이건 또 내가 언제 신청했던 거지?'


친구와 10월에 신청했던 파크골프 과정 수업이었다. 골프에 기역자도 모르는데 파크골프는 채 하나면 된다고 골프보다 쉽지 않겠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둘이서 신청서부터 보냈었다. 그렇게 파크골프 교육장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첫 수업이시라 걱정되실 텐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신 분들은 자격증을 안 따려야 안 딸 수가 없어요."

'엥? 자격증 과정이었어?' 

함께 간 친구 노트에 다시 물어보았다. <이거 자격증 과정이었어?> <몰라, 자격증반인가 봐> 

어휴, 너나 나나.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친구를 제외하고는 액티브 시니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법한 분들만 쭉 계셨다. 딱 봐도 골프 좀 치시다가 파크골프에 재미를 붙이신 분들로 보였다. 처음 듣는 단어들로 오전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먹은 뒤, 파크골프장에서 오후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셨다. 바로 첫날부터 실습을 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전날 담당 강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파크골프 교육생입니다. 제가 파크골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서 아직 골프채 준비를 못했습니다. 어떤 골프채가 좋은지 말씀해 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첫날은 가지고 계신 골프채를 빌려주신다고 편하게 오라고 하셨다. 편한 마음으로 실습장으로 갔더니, 역시나 준비가 안된 학생은 나와 친구뿐이었다. 예전에 골프는 쳤지만 파크골프는 처음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미리미리 준비해서 오셨다. 나이도 제일 어린 사람들이 준비성도 부족하고 열정도 부족해 보였다. 그리고 자세부터 나와 친구는 부족함이 흘러넘쳤다. 

오후 내내 실습시간이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놀이 겸 실습을 하자고 하셨는데  팀을 이루어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나와 같이 하게 된 분은 무슨 죄인가 싶었다. 

'진짜 이번에는 있는 힘껏 잘 쳐봐야겠다.' 

역시나... 공은 그 자리에 가만있고 내 양팔만 있는 힘껏 돌아가기도 했다. 

"괜찮아요. 처음이잖아요~."

그렇게 헛스윙과 OB로 첫 실습시간을 꽉 채웠었다.  첫 실습이 끝나고 차에 타기 전 강사님께서 또 같은 말을 하셨다.


"열심히 하신 분들은 자격증을 안 따려야 안 딸 수가 없어요."


그렇게 부끄럽고 힘든 3주간의 실습시간이 지났다. 4주 차에 실기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여부가 결정된다고 하셨다. 

"야, 시험장 가서 연습 좀 하자."

"이러다 우리 떨어지겠어."

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나가는데 나는 홍보할 시간도 없으면서 파크골프를 연습하러 다녔다. 

'책은 나왔으니 우선 벌어진 일부터 처리하자.'

장갑도 준비가 안 돼있어서 딸아이의 야구 장갑을 빌려가며 연습했었다. 감을 잡았나 싶으면 다시 공이 멋대로 가기도 하고 3타에 넣어야 하는 코스에 더블파가 계속되었다. 연습하는 동안 나는 아무래도 자격증은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기 시험 전날 마음에 들지 않은 연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실기 시험날이 되고, 친구와 나는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고 알려주셨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같이 못하면 되니까.  나와 친구는 실전에 강한 사람들이었는지, 신이 그동안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준 덕분인지 볼이 마구 들어갔다. 

"아니, 하얀씨가 달라졌네요?"

실시시험 감독을 하시면서 강사님이 더 놀라셨다. 버디를 하게 되면 나는 애가 된 것처럼 방방 뛰기도 했다. 실기시험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강사님이 말씀해 주셨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4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해주셨잖아요. 이렇게 하시면 다 자격증을 딸 수밖에 없어요."

시험 전날까지만 해도 떨어질 것 같다며 신랑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말해두었는데, 시험이 끝나고 신랑과 친구 신랑에게 바로 연락을 했었다. 

<우리 둘 다 합격했다~~~>


자, 이제 합격했으니 좀 쉬어도 될까?


마지막주 수료식과 간담회가 끝나면 좀 쉬기도 하고, 대학원 수업 정리도 하고,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간담회 장소에서 그동안 모두 수 하셨다고 마무리 인사가 되었다. 

"양양은 파크골프장 여건이 상당히 좋은 곳이에요. 이번 교육으로 자격증도 따셨지만 열심히 연습도 하셔서 양양에서 각종 기관에 수업계획서도 제출해 보시고, 강사로써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셨으면 해요."

마지막까지 강사님들의 진심 어린 또 다른 인생 시작을 응원해 주셨다. 마무리 인사와 도전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길어지는 듯했다. 그리고 간담회가 끝났을 때 나에게는 '양양파크골프 지도자과정 모임의 총무'라는 자리가 주어졌다. 

"자 총무님! 2024년도 계획도 세우고 우리 잘해 봅시다!!!."

"네! 부족하지면 2024년 양양파크골프를 위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2024년도가 벌써 시작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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