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수혜자를 찾아라 2
"엄마!!!!! 우리 올해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데!!!"
작년 3월 개학 첫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찰리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했다. 아이의 말과 함께 나의 초등학교 수학여행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설렘이 생각나기도 했다.
어떤 날은 제주도라는 단어만 떠올리며 하루하루가 안 가는 것 같았고, 어떤 날은 제주도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바빠서 지는 해를 보며 '오! 벌써 하루가 지났다!'라는 생각에 수학여행이 성큼 다가온 것 같기도 했다.
찰리 역시 바쁜 하루와 하루종일 수학여행을 떠올리는 하루를 몇 번 반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바쁜 하루, 떠올리는 하루를 반복하는 또 한 명의 사람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명쯤 되는 것 같았다. 혹은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찰리의 수학여행이 결정되고 한 달 뒤쯤 유난히도 내 옆을 맴돌고 있는 체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엄마~~~ 나 친구들이랑 파자마 파티 언제 해줄 거야?"
"기다려봐. 엄마가 언제 해주는 게 좋은지 생각 중이야."
"진짜??!! 나 진짜 파자마 할 수 있는 거지?"
'체리와 체리 친구들이 편하게 파자마 파티를 할 수 있는 날이라... 언제 부르지...'
동생 친구들이 오면 1살 오빠라고 지나친 참견을 할 것이 뻔했다. 찰리가 없는 날로 부르는 것이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체리야~ 오빠 수학여행 가면 평일이지만 그때 친구들 부르자!"
파자마 파티 날짜는 찰리의 수학여행 기간 중 하루로 결정하고 체리 친구들과 부모님들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수학여행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는 찰리와 찰리 친구들부터 오빠가 빨리 여행을 가길 바라는 체리와 체리 친구들까지 모두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학여행 날 아침은 7시까지 각자 학교로 등교해야 했다. 아침을 먹이기는 해야겠는데 입 짧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전날 마트에서 집어 온 모닝빵뿐이었다. 아침 6시 15분부터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오고, 찰리 친구 엄마에게도 전화가 오고, 말로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는 신랑도 깨워야 했다. 오빠와 관계없이 학교를 보내야 하는 체리까지.. 아침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분주했다. 나의 분주함은 끝이 아니었다. 아이들 수학여행과 학교는 보냈는데 근로자의 날이라고 함께 있는 신랑의 삼시 세 끼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없는 하루가 끝날쯤 소파에서 식구들을 떠올려 보았다.
평일날 오랜만에 쉰다고 오후 5시까지 먹고 자고를 반복하던 우리 신랑.
하루종일 엄마한테 연락도 하지 않는, 제주도에서 마냥 행복한 우리 아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기는 이제 이틀 동안 외동이라며 아빠 앞에서 애교를 떨던 우리 딸.
찰리의 수학여행은 꽤 많은 사람이 여유로워졌다. 저녁식사 후 신랑을 서울로 보내고 나는 집을 치우고 체리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일 또 행복을 꿈꾸는 체리 친구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다시 또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학여행 둘째 날 아침도 어제와 다르지 않게 바쁘게 시작되었다. 체리 친구들이 학교에서 곧장 올 예정이라 간식과 저녁준비까지 하려면 오전에 텃밭도 다녀와야 했다. 텃밭에서 물을 주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체리 어머니~ 이따가 아이들 케이크라도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케이크를 준비했는데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체리 어머니~ 아이들 간식이랑 놀거리 좀 준비했는데 어디서 뵐 수 있을까요?"
물을 주고 텃밭 정리를 하면서 체리 친구 엄마들과 약속장소를 정했다. 아이들 옷가지와 물건까지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파자마 파티 준비는 완벽했다. 체리와 체리 친구들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치며 재잘거렸다.
"이모! 저 파자마파티 처음 해봐요!!!"
"저는 양양에서 친구 집에 처음 와 봐요!!"
그저 행복한 아이들이었다. 12시가 다 돼서 잠이 들 때까지 여자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나는 중간중간 사진작가가 돼서 포즈를 요구하기도 하고, 파티 플래너가 되서 파티의 흥을 돋궈주기도 하고, 최종적으로는 뒷정리를 담당하기도 했었다.
이제 아들이 오는 마지막 날 수학여행 아침, 체리 친구들까지 아침식사를 챙겨 학교로 보냈다. 아이들을 보내고 체리 친구 엄마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들 너무 재미있게 놀고 학교 가는 버스 태워서 보냈어요. 다음에 또 놀게 해 주도록 해요~]
[네~ 너무 감사해요. 학교 근처 고학년 엄마들도 다들 이틀동안 행복한 표정이었어요.]
다들 좋은 시간을 보낸 모양이었다. 나의 이틀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래도 아직 찰리가 도착하려면 10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이제 내 시간이닷!!!!! 오늘 밤 아이들 오기 전까지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