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잔소리_ 너 그렇게 먹다가 돼지 된다.

by 하얀

병원을 다녀온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간식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약속받은 것처럼 군다.

"엄마, 나 병원 갔다 왔으니까 먹을 거 사줘."

"나 오늘 주사 맞았으니까 간식 사줘."

언제인지 모르지만, 나랑 합의한 것처럼 말이다.

그날도 딸아이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아이가 도넛을 먹고 싶다고 했다. 발걸음은 이미 아주 자연스럽게 도넛 가게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먹을 도넛 2개 정도면 딱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엄마, 나 3개 먹어도 돼?"

"그럼 오빠 거 3개, 너 거 3개."

"그럼 나 4개 먹을래. 오빠보다 더 먹고 싶어"

저녁 먹기까지 2시간 남짓 남았는데 도넛을 4개나 먹겠다니! 순간 나도 모르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이 튀어나왔다.

"너 그렇게 먹다가 돼지 된다!"

뱉지 말아야 할 말인 걸 알면서도 이미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딸아이를 보며 가슴이 철렁했다.

"엄마, 돼지는 많이 먹어서 돼지가 된 게 아니야.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순간 멈칫했다. 아, 맞네. 돼지는 많이 먹어서 뚱뚱한 게 아닌데.

집에 와서 검색해 봤다. 딸아이 말이 정말 맞았다.




잔소리의 진실: 보이기만 그렇지 거의 틀림

과식이 살을 찌게 한다는 건 맞다. 하지만 '돼지처럼 먹는다'는 표현은 돼지에게 미안한 말이다.

돼지의 실제 식습관을 보면 인간보다 훨씬 절제력이 있다. 돼지는 배가 부르면 알아서 먹는 걸 멈춘다. 오히려 인간이 스트레스받으면 폭식하고, 배부른데도 디저트는 별개의 위라며 먹어대지 않나.

체중 증가의 핵심은 '칼로리 섭취량'과 '소비량'의 균형이다. 하루에 라면 두 개를 먹어도 그만큼 활동하고 전체 칼로리 섭취를 조절하면 살이 찌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먹는 '양'이 아니라 먹는 '습관'이다. 불규칙한 식사, 빠른 식사 속도, 야식, 가공식품 과다 섭취. 이게 진짜 적이다.

심지어 돼지의 체지방률은 13~15% 정도라고 하니.... 돼지의 체지방률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몸짱 돼지가 되고 싶다!


딸아이 말이 맞았다. 돼지는 원래 돼지로 태어난 거지, 많이 먹어서 돼지가 된 게 아니었다.

그날 밤, 잠든 딸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돼지가 체지방 15%의 근육질 동물이라는 걸. 밤에 먹는다고 바로 살이 찌는 게 아니라는 걸.

아마 몰랐을 것이다. 우리 엄마도, 세상의 많은 엄마들도.

하지만 도넛 4개를 먹고 저녁을 제대로 못 먹으면 아이의 성장에 좋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단 음식에 길들여지면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 번에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는 그 말이, 무심코, "돼지 된다"는 말로 튀어나와 버렸다.

과학적으로는 틀린 말이었지만, 그 말속엔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있다.

나와 딸아이는 돼지에 대한 오해를 하나 풀었고, 무심코 내뱉는 말의 무게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