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잘 준비하고 일찍 자!"
"네, 엄마."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 방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뭔가 하고 있구나. 슬그머니 방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아이는 침대 옆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책을 읽고 있다.
"그렇게 어두운 데서 보면 눈 나빠진다!"
아이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들지도 않는다. 잔소리가 길어질까 싶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문틈으로 보이는 희미한 불빛도 사라졌다. 벌써 잠이 들었나 싶어 다시 문을 열어보았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핸드폰 불빛.
"왜 안 자고 불도 안 켜고 보는 거야!. 깜깜한 데서 핸드폰 보면 눈 나빠진단 말이야!"
"엄마, 나 6개월 동안 눈 더 안 나빠졌어. 안과에서 그랬잖아."
맞다. 얼마 전 정기 검진에서 시력이 그대로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책을 보거나,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당장은 괜찮아도, 나중에라도 눈이 나빠질 것만 같아서.
"그래도 불 좀 밝게 켜. 눈 아프잖아."
툴툴거리면서 아이는 핸드폰을 책상옆에 두고 눈을 감았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정말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보면 눈이 나빠지는 걸까?
혹시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 아닐까?
미국 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의 연구 결과는 의외였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는다고 해서 시력이 영구적으로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독서를 하면 눈이 피로해지고 일시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이것이 근시를 유발하거나 시력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안과 전문의들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어두운 환경에서의 독서는 눈의 긴장도를 높이고 눈물 분비를 감소시켜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눈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그 말은 어디서 온 걸까? 아마도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즉각적인 불편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머리가 아프고, 눈물이 나는 증상들. 이런 증상들이 마치 눈이 나빠지는 신호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물론 어두운 곳에서 지속적으로 눈의 피로감을 높아진다면 눈의 상태가 안 좋아지긴 할 것 같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본다고 바로 눈이 나빠지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을까? 어둠 속에서 아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책을 들여다보는 모습, 눈을 비비며 하품하는 모습. 당장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 해도, 피곤해하는 아이를 보는 건 엄마로서 잔소리가 나올 일이었다.
"불 켜"라는 말속에는 사실 더 많은 말들이 숨어 있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 '좀 쉬었다 해', '네가 힘들어하는 게 엄마는 싫어'. 하지만 그런 말을 직접 하기엔 쑥스러워서, 나는 그저 "눈 나빠진다"는 말로 대신했던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아이 방 문 앞을 지나가다 불빛을 확인한다. 방 전등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안심이 되고, 희미한 스탠드 불빛만 보이면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
"불 좀 밝게 켜."
아이는 여전히 귀찮아하지만, 엄마는 안다. 이 잔소리가 사랑이라는 것을. 과학적 근거보다 중요한 건, 네가 편안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엄마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