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살지 않기'와 '엄마처럼 살기'에서 균형 잡기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소위 말하는 ‘밀레니얼’인 나는 어머니에게 이 말을 자주 듣고 자랐어.
나는 엄마가 자책하듯, 말버릇처럼 하는 이 말을 들으며, 당신의 행동을 보면서, 그의 삶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배웠어. 골목식당, 하숙, 노래방 같은 자영업을 하시며 살다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이민까지 강행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며 강인하게 살아 내었지만, 하루하루 버겁게 한 발 한 발 내딛으시는 모습에 감탄하기보다는, ‘나는 저렇게 살지 않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이유는, 엄마의 허름한 모습도, 지친 모습도 아닌, 엄마의 본인의 인생에 대한 부정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가족을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주방을 청소하고, 식당에서 하루하루 일하고 밤늦게까지 매상 정리 & 마감. 이런 휴식 없이 빠듯한 삶은 어머니를 고단하게 만들었고, 자식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여유도 없었고. 그러한 모습을 보며, 엄마의 모습과 정 반대로 살고자 한 다짐을 한 나는, 명문 대학,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결국 박사가 되어, 멋진 직장에서 안정된 임금과 베네핏을 보장받는 회사원이 되었더랬지. 30대 중반, 엄마의 모습과는 전혀 닮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고, 어머니의 자랑거리가 되었어.
드라마로 보면, 여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났겠지만, 현실은...
나는 결국엔 회사를 관두고 아이들 셋을 낳아 키우면서 살림을 하는 전업주부가 되었어. 결국 ‘엄마처럼 살고 있는’ 나는 엄마말은 듣지 않은 불효녀 같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고, 또한, 많은 공부를 하였지만, 정작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에 한심한 마음이 가득해.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엄마의 삶에 대한 일종의 자기 비하가,
엄마가 온전히 자녀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가정을 꾸려가던 방식이,
겉으로 보기에 과도하게 희생적이고 불완전한 삶의 모델이었고,
엄마들이 감정적으로는 억압적이거나 자기희생을 강요받는 모습을 보며,
내가 그 삶을 존경하기보단, ‘피해야 할 것’으로 여기게 된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어찌어찌, ‘엄마’가 되어버린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해.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는 말을 들으며 그저 그 길만 피하려고 했지, 제대로 된 양육의 방법이나 가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나’로부터 벗어나 ‘우리’라는 개념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내가 ‘나의 인생’과 ‘성공’을 추구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육아와 가사를 챙기며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불만이 생길 때면, 어머니의 말이 떠올라.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게 되고. 결국,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가 ‘나는 지금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는 해.
그럴 때마다, 엄마가 만들어주던 정성 가득한 밥상, 엄마와의 작은 실랑이들, 그리고 이제는 추억이 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라. '만약 엄마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지금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며 살아갈 수 있는 것도 결국 엄마 덕분임을 깨닫지. 엄마는 내 삶의 기초를 다져주었기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엄마가 부정하던 엄마의 자리와 역할을, 이제야 존중하게 돼, 그리고 생각하지. ‘우리 엄마라면 이렇게 하셨을 거야”
그리고, 이제 내 어린 딸들이 “커서 엄마처럼 살고 싶어”라고 말할 때, 그 말속에서 깊은 행복을 느껴. 그 말이 내게 큰 의미를 주고, 그동안의 모든 고충을 넘어서게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