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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산희 Oct 17. 2023

황금물고기를 만날 수도 있겠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낚시를 던지는 것이다. 아니면 막대 손잡이가 있는 반두(그물)를 들고 물고기를 몰아서 잡는다. 그렇지만 개울이 깊어지면 반두를 쓸 수 없다. 그럴 때는 사발무지를 사용한다.


어릴 때 사발무지를 곧잘 만들었다. 사발무지는 통발과 같은 원리로 물고기를 잡는 도구다. 넓적한 고무 통을 비닐로 봉한 다음 구멍을 몇 개 뚫는다. 통 안에는 물고기를 꾀어낼 된장 따위를 넣는다. 그러고 나서 통에 줄을 묶어 깊은 물에 집어넣는다. 이제 물고기를 건지는 알만 남는다. 한두 시간 기다렸다가 통을 끌어당기면 대체로 송사리나 피라미가 잡히곤 한다. 어떨 때는 붕어가 걸려들어 환호가 터진다.


글쓰기는 물고기를 잡는 일이다. 그렇다면 낚시로 잡는 것은 혼자만의 글쓰기다. 달랑 낚싯대 하나로 물고기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글을 쓰는 모임에 나가는 것은 사발무지를 사용해 효과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법이라고 하겠다. 낚시와 달리 사발무지를 사용하려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고무 통은 적합한지, 비닐은 단단히 봉했는지, 미끼는 넉넉한지, 끈 길이는 알맞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사발무지를 잘 활용하면 낚시보다 훨씬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이는 여러 사람이 열정과 자극을 주고받으며 좋은 글을 차곡차곡 쌓는 글쓰기 모임의 풍경과 겹친다.


몇 달 전 산문을 쓰는 지역의 모임에 가입했다. 다양한 이유로 글을 쓰는 회원들은 하나같이 열정적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한 편씩 글을 쓰는 데 도전하고 있다. 마감 다음 날에는 꼭 합평을 한다. 글을 쓰지 못한 주에는 벌금을 낸다. 글쓰기 교육이나 강의 소식도 나눈다. 최근에는 글쓰기 공모전에 입상하는 결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나 또한 회원들의 열정에 감염되었다. 3~4개월 활동하며 10여 편의 글을 썼다. 예전에는 독후감이라도 꾸준히 쓰자는 생각이었는데, 글쓰기 모임에서 합류하면서 다양한 글을 쓰게 됐다. 지금은 매주 마감에 성공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잘 쓰거나 못 쓰거나, 그것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글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좋은 글을 쓸 가능성이 시나브로 높아질 테니까.


최근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 산림문화작품공모전에 처음으로 응모한 것이다. 실은 이 공모전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공모전 소식을 접하면서 글쓰기 모임에서 써 두었던 글이 떠올랐다. 향기라는 글감으로 쓴 에세이. 내가 좋아하는 매화와 아카시아꽃, 찔레꽃의 향기를 담았다. 공모전 결과는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참여한 사실에 충분히 만족한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첫걸음을 뗀 것이니까.


나는 앞으로도 사발무지를 가지고 계속 물고기를 잡고 싶다. 송사리와 피라미를 잡고 또 잡다 보면 이따금 붕어도 걸려들 것이다. 그렇게 자꾸자꾸 잡다 보면 어느 날 황금물고기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사발무지에 무엇이 걸려들지 누가 알겠는가.


2023년 9월 5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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