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보기 / 정해송

매화와 품격

by 여산희

매화 보기 / 정해송


정갈한 언어로도

덧칠하지 말 일이다


그대 숨결 사이마다

맑은 마음 그득하니


이대로 마냥 이대로

긴긴날의 눈맞춤을…



오늘도 허탕이었다. 과연 언제쯤 꽃봉오리가 열릴 것인가? 입춘 무렵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매화나무를 찾는다. 첫 꽃에 눈을 맞추고 그윽한 향기를 들이쉬는 감격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지난해에는 운이 좋았는지 입춘에 막 핀 매화 한 송이를 보았다. 어찌나 기쁘든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남쪽 나라와 달리 수도권에서 입춘의 매화를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다 운이 따라야 유난히 일찍 피는 한두 송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매화를 지극히 사랑한다. 먼저 매화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경계한다. 가벼운 말이나 설익은 표현이 오히려 매화의 고매한 품위를 깎을 수 있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매화가 숨을 쉴 때면 맑은 마음이 배어난다. 중장(中章)을 읽으면서 매화의 그윽한 향기가 저절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매화에 눈을 맞추고 한철이라도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매화를 시작으로 봄꽃들이 다투어 핀다. 매화를 오롯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 시조는 으뜸가는 꽃, 매화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다.


설중매(雪中梅) 즉 눈 속에 핀 매화는 '품격'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운 꽃망울을 터뜨린다. 여느 꽃보다 앞장서서 봄이 왔음을 드높이 알린다. 사람도 숱한 풍파를 이겨야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 세상에서 그 무엇을 하든 첫째는 용기가 아닐까. 해마다 매화와 함께 새봄을 맞이한다. 그러면서 사람의 품격을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2024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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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