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아름드리 살구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매화가 피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살구꽃을 만날 수 있다. 매화와 살구꽃이 함께 피어 있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매화의 향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빼어나고 살구꽃은 연분홍빛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릴 때 고향 마을에 살구나무가 많은 개울이 있었다. 살구나무는 대부분 아름드리나무였고 살구꽃이 활짝 필 때면 황홀하게 고왔다. 그리고 살구가 익을 때면 동네 아이들이 개울로 몰려들었다. 아이들의 관심사는 살구꽃보다 달콤한 살구였으니까. 살구는 해마다 주렁주렁 넘치게 열렸고, 봄날에 살구를 먹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었다.
시인의 고향에도 살구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분이는 봄이 올 때마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을 것이다. 집 옆에는 마을에서 가장 큰 살구나무가 있고 봄마다 대궐이 부럽지 않게 아름다운 꽃을 피웠을 테니까. 아마도 분이의 집이 작고 초라한 오두막집이어서 살구나무가 더 크게 보였을 것이다.
시인은 분이의 집과 살구나무를 함께 본다. 그렇지만 오막살이에 대한 이야기는 스치며 지나간다. 동네에서 으뜸가는 분이네 살구나무를 보고 또 보며 대궐보다 우뚝하다고 칭송한다. 누군가를 만날 때 무엇을 볼 것인가. 겉모습이 아니라 그 마음에 무엇이 심어져 있는지 볼 일이다.
2024년 2월 12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