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 김제숙

쑥, 놀라운 생명력!

by 여산희

쑥 / 김제숙


첫 행을 쓰고 싶어 겨우내 들썩였다

땅의 경계 헐거워지자 맨 먼저 솟아나서


저기 저 들판을 깨우는


봄의 필력

초록 뿔들



입춘이 되면 일찍 피는 매화나 산수유꽃이 있는지 찾아본다. 해마다 날씨가 다르니까 입춘 꽃구경을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입춘 때마다 어김없이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쑥이다. 어느 풀보다 빨리 고개를 내밀고 새봄을 확인한다.

입춘을 맞이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다. 점심때 산책을 하다가 보도블록을 비집고 돋아나는 쑥을 보았다. 여리디여린 쑥이 괴력을 발휘해 보도블록을 번쩍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꽁꽁 얼어붙은 땅을 거짓말처럼 녹이는 따사로운 봄볕처럼 말이다.


시인은 해쑥이 돋아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쑥의 등장이 바로 새봄의 시작이니까.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황량한 땅을 뚫고 올라오는 파릇한 쑥을 바라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왔을 것이다. 이러한 감격을, 첫 문장을 쓰고 싶은 시인의 갈망과 겹쳐 놓았다. 차디찬 겨울을 뚫고 따스한 봄을 선언하는 쑥처럼 자신도 싱그러운 작품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초록 뿔”로 온 누리를 깨우는 쑥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봄의 시작을 더없이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


“쑥쑥”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본다. 잘 자라는 쑥을 겹쳐서 만든 단어일까. “쑥쑥”은 성장과 찰떡궁합이다. “쑥쑥 자란다” “쑥쑥 돋아난다” “쑥쑥 오른다” 따위로 두루 쓰인다. 봄날에는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야 하겠다. 쑥의 놀라운 생명력을 마음에 그득 담으며.

2024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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