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될밖에 / 박옥위

by 여산희

꽃이 될밖에 / 박옥위


겨울 밤 하늘에서

흰 나비가 날아온다


한 마리

두 마리

아 가뭇없이

날아 오는


나비 떼아 가뭇없이

새하얀 나비 떼

나는 그냥 꽃이 될밖에



우수 지나고 큰 눈이 내렸다. 뉴스에서 많은 눈이 내린다는 소식은 귓등으로 흘렸다. 강원도 산간도 아니고 우수까지 지났는데 폭설이 쏟아질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며 깜짝 놀랐다. 온 세상이 설국이었다. 봄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일이다.

점심때 설산에 뛰어들었다. 겨우내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눈꽃이 소복이 내려앉은 숲은 눈길 닿는 곳마다 걸작이었다. 순수의 세계를 만끽하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어쩌면 떠나는 겨울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작별 선물인 것이다. 봄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니 이제 눈꽃을 잊을 시간이다.


시인은 겨울 밤 갑작스러운 눈꽃을 마주한다. 저 하늘에서 날아오는 눈을 하얀 나비떼로 보았다. 어두컴컴한 밤을 환하게 밝히는 흰 나비의 날개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게다가 한두 마리가 아니라 무수한 나비가 군무를 추면서 날아온다. 나비떼의 사랑스러운 몸짓에 흠뻑 빠진 시인은 금세 꽃으로 변신한다. 이어서 나비와 꽃이 어우러지며 순진무구한 정경을 펼친다.


눈이 내리면 누구나 아이가 된다. 눈이 세상의 하고많은 허물을 모두 덮어 주어서 그런 것일까. 아닐 것이다. 눈꽃의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듯 마음속 아이는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다. 봄꽃에 눈이 팔리면서도 사라지는 눈꽃이 못내 아쉽다.

2024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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