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문무학

by 여산희

봄비 / 문무학


봄 속으로 비가 오고 비 속으로 봄이 오니

비는 봄이 되고 봄은 또 비가 되어

봄비란 합성어 하나 새싹처럼 솟는다.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버스정류장 곁의 옹벽은 여전히 황량했다. 해마다 영춘화가 한가득 늘어지게 피었던 곳이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 가지치기를 심하게 했는지 가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꽃이 피기엔 아직 이르겠지 하고 고개를 돌리던 중 노란 불빛이 눈에 띄었다. 걸어가 보니 영춘화(迎春花) 두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다. 영춘화는 이름 그대로 봄을 영접하는 꽃이다. 개나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일찍 핀다. 자세히 보면 꽃잎이 여섯 장이어서, 네 갈래로 갈라진 개나리꽃과는 확실히 다르다.


며칠 전 봄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기온이 오르면서 미세먼지도 극성을 부린다. 꽃샘추위의 시샘도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따금 내리는 봄비가 모든 것을 씻어준다. 봄볕과 손을 잡고 무채식 세상을 완전히 바꾼다. 시나브로 만물을 푸른 빛으로, 고운 빛으로.


시인은 봄비를 은근히 마음에 담았을 것이다. 가볍게 날리는 빗방울의 춤사위를 지켜보고, 메마른 땅을 촉촉이 적시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봄이 비를 부르고 비가 봄을 부르는 이치를, 봄과 비가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는 이치를 새삼 깨달은 모양이다. 봄비를 새롭게 읽으니 온누리에도, 마음밭에도 봄기운이 넘쳐나는 듯하다.


봄비에 머물다 보니 ‘봄물’이란 단어도 마음에 들어왔다. 봄물은 봄이 되어 얼음이나 눈이 녹아 흐르는 물, 봄의 싱싱한 기운을 일컫는다. 봄과 물이 손에 손을 잡고 곧 천지를 한봄으로 바꿀 것이다.

2024년 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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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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