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 이광

집이다, 보물섬이다!

by 여산희

현관 / 이광


문 밖엔

늘 헤쳐 온 파도가 넘실댄다


바다도 뭍도 아닌

여기는 작은 선창


그물질

지친 몸 부릴

배를 댄다


집이다



삼일절, 국경일이다. 독립투사들에게 깊디깊은 존경을! 공휴일에는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바빴다. 20세기에 대학을 졸업한 내가 21세기에 다시 대학 캠퍼스를 찾게 된 것. 방송대학교 평생교육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학을 했다. 돌아보니 대학교를 졸업한 지 30년 가까이 된다. 오전 11시,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 있는 방송대 서울지역대학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오래된 새내기로서 설레고 즐거운 일정을 보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 집 현관에 도착했다.


현관은 경계선이다. 바깥은 늘 파도가 치는 세상. 안쪽은 안락하고 평화로운 집. 시인은 현관을 “작은 선창”으로 비유하며 현관의 의미를 정확하게 담았다. 시를 읽으며 우리는 어부가 된다.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날마다 그물질을 한다. 거친 파도가 위협해 무시무시할 날도 있고, 피로에 지쳐 그물질이 버거울 날도 있고, 수없이 그물질을 했지만 허탕을 치는 날도 있다. 때로는 무심한 그물질에 풍어를 맞이하는 행운을 낚는 날도 있다. 어쨌든 나날의 고기잡이는 예측하기 어렵다.


선창은 배가 닿는 곳이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세상과 헤어지려면 선창에 닿아야 한다. 일단 선창을 거치면 흔들리지 않는 뭍을 밟을 수 있다. 그래서 선창에 도착하면 긴장을 흘려버리고 평안을 품게 된다. 이 시조의 마지막 구절 “집이다”는 이렇게 들린다. ‘보물섬이다!’ 집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한 작품이다.

2024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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