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 김옥중

자기 치유의 거울

by 여산희

바늘 / 김옥중


매끈한 장신에다

사시 같은 얼굴에다


한 귀를 열어 놓고

세상 소식 다 듣더니


조각난 슬픈 사연을

어루만져 꿰맨다.



바늘의 쓰임새는 바느질이다. 어릴 때는 떨어진 양말을 많이도 기워 신었다. 시골에서 천방지축 뛰어다니다 보니 양말이 성할 수가 없었다. 양말 앞뒤에는 늘 구멍이 났다. 바느질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었다. 그런데 바늘은 다른 일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주로 체할 때 어머니는 손가락에 바늘을 찌르셨다. 바늘이 살갗을 파고드는 짧은 순간은 무서웠다. 그렇지만 검은 피가 나오고 나면 몸은 신기하게 좋아졌다. 작은 바늘 하나가 큰 일을 한 셈이다.


이 작품은 시인이 바늘에게 바치는 헌사가 아닐까 싶다. 먼저 바늘의 매끈한 몸매를 칭찬하더니 그에 어울리지 않는 곁눈질 습관을 들춘다. 그러고 나서 한 귀로 세상의 소식을 빠짐없이 듣는 청력을 칭송한다. 게다가 바늘은 단순히 소리만 듣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다가 슬픈 소리를 만나면 어루만지고 꿰매 준다. 이런 바늘이 하나 있다면 세상에서 으뜸가는 보물을 품은 셈이다.


세상살이는 만만하지 않다. 몸과 마음이 늘 멀쩡할 수는 없다. 해어질 때도 있다. 찢어질 때도 있다. 조각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바늘이 솜씨 좋게 수선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시작하는 것이다. 스스로 바늘이 되어 자신의 상처를 꿰매는 것이다. 바늘은 자기 치유의 거울이다.

2024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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