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귀를 활짝
봄 오는 소리 / 정완영
별빛도 소곤소곤
상추씨도 소곤소곤
물오른 살구나무
꽃가지도 소곤소곤
밤새 내
내 귀가 가려워
잠이 오지 않습니다.
관악산 자락에 있는 어느 생태공원을 자주 찾는다. 아담한 연못을 중심으로 사시사철의 변화를 찬찬히 살필 수 있다. 그 곁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요즘 물소리가 무척이나 싱그럽다. 온 세상이 봄물로 차오르니 개울인들 어찌 무심하게 흐를 수 있을까. 이따금 봄비라도 내리면 개울은 신바람을 일으키며 달린다. 그리고 개울의 맑은 물소리에 공명하듯 새싹은 푸른빛을 더하고 봄꽃은 차례로 피어난다.
시인은 남다른 귀를 지녔다. 그것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저 하늘의 별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텃밭에 심은 상추씨는 언제 싹을 틔울지 자꾸 들여다본다. 점점 부풀어오르는 살구꽃이 봉오리를 터뜨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게 위해 보고 또 본다. 혹시 잠이 든 사이에 귀한 소리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귀가 예민하다 보니 쉬이 잠들지 못한다.
어느덧 3월 중순이다. 매화나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줄을 지어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갖가지 봄꽃이 피어나는 소리도 한동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 소리를 그냥 흘려듣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한 해를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소리이니까. 하여 가만히 귀를 열어 놓고 세상이 꽃피는 기쁨에 젖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귀도 활짝 열리지 않을까.
2024년 3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