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파도와 춤출 것인가, 시원한 계곡에 안길 것인가. 아니면 짙푸를 산림을 벗삼을 것인가. 바야흐로 휴가의 적기이고 우리 앞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삼복더위를 피하려면 어디로든 훌쩍 떠나면 된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문득 미지의 휴가를 헤아려 본다. 누구나 예외없이 써야 한다. 거부할 수 없다. 언제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저 닥치면 무조건 써야 한다. 확정된 휴가지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다. 더구나 휴가 이후의 운명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흔히 ‘인간은 모두 집행이 연기된 사형수’라고 말한다. 어쩌면 인간에게 죽음은 완전한 휴가다. 그렇지만 이 일생일대의 휴가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성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더러 휴가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을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휴가 이후의 문제는 내버려둔다. 다만 휴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누구나 내일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준비는 할 수 있다. 미지의 휴가도 대비해야 마땅하다. 언제 어떻게 불쑥 찾아올지 알 수 없으니까. 어떤 일을 마주할 때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알 수 없는 휴가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지나치게 두려워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대신에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휴가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휴가를 떠날 때는 발걸음이 산뜻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잔뜩 남겨 두거나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다면 발걸음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언제라도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삶을 가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부터 주위 사람, 지인까지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평소의 인간관계는 휴가가 시작되는 순간 절대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땅에도 자신이 심은 것만 자라게 마련이다. 자신이 땀흘려 심고 가꾸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거둬들일 수 없다. 일상을 즐겁고 보람 있게 보낸다면 휴가 또한 멋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법칙 중 하나는 ‘인과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이 좋은 인생을 만들 것이고, 더 나아가 좋은 휴가를 보장할 것이다.
한여름 숲은 바다처럼 푸르다. 그렇지만 겨울이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허롭게 변한다. 나무와 풀도 긴 휴가를 떠나는 것이다. 우리는 미지의 휴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결국 숲이 생생하게 가르쳐 주는 명답을 따르고 싶다.
2023년 7월 18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