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책방 또 없습니다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아름다운 산악마을, 경상남도 하동에 독립서점이 있다. 바로 ‘이런책방’이다.
이런책방과의 인연은 지리산부터 시작한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지리산 둘레길이 뜻하지 않은 기상악화로 좌절당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320km 떨어진 곳까지 큰맘 먹고 왔는데 이대로 터덜터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기분 전환이 절실했다. 언제나 그렇듯 내게는 책방이 바로 그러한 곳이다. 바로 차를 돌려 이런책방으로 향했다. 이런책방은 하동의 마을 공방 두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책방뿐 아니라 카페나 다른 공방들도 있었는데, 집적효과로 사람들이 방문해서 머물고 경험하기 좋을 것 같다.
책방을 마주하자마자 놀랐던 건 책방이 견고한 완성 건물이 아니라 가건물인 점이었다. 그러다 파리 센강 주위에 있는 200개가 넘는 책노점상 부키니스트가 떠오르면서 물음표가 사라졌다. 내 안에 책방의 외관에 대한 인식하지 못한 고정관념이 있었나 보다. 편협함을 떨치기 위해 머리를 가로저으며 책방 안에 발을 내밀었을 때 동공은 더 확장되었다. 세평 남짓한 아기자기한 공간. 네다섯 명으로도 문전성시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기에 행동의 제약을 스스로 느끼면서도(절대로 책방지기님이 무언의 압박을 주신 것이 아니다), 책방지기님과의 사이에 흐르는 적막을 뒤로하고 30분가량 머물렀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이 작은 공간에 턱 하니 놓인 커다랗고 폭신해 보이는 의자 덕분이다. 의자를 본 순간 비록 공간은 작지만 방문자가 편안하게 책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을 오롯이 전달받았다. 이날은 비가 와서 어려웠지만 책방 밖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많았다. 시골의 특성상 건물의 안쪽만 책방인 것은 아니었다.
운영에 있어서도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다. 보통 책방은 책방지기님 1인이 운영하는 데, 이곳은 여섯 명의 사장님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책방을 지키고 계셨다. 연유를 알아보니 책을 좋아하는 여섯 명의 하동 청년들이 뜻을 합세하여 책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책방의 탄생 배경과 책방의 모습 등을 종합해 보고 나서야 왜 이곳의 명칭이 <이런책방>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런책방 보신 적 있습니까? 이런책방도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런책방!!! 그렇게 정의 내리고 나니 책보다는 책방 자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책방 벽면에 부착된 오픈 1주년 시상식은 보는 이를 즐겁게 하였고, 책 속에서 살아 나온 문장들은 생각의 전구에 불을 밝혀 주었다. 책방을 나서는 내 손에는 <멋있으면 다 언니>가 있었다. 이런책방에서 찾은 이런 책. 오늘도 책방은 옳다.
이번에 실패한 지리산 입산을 다시 도전할 것이다. 그때 또 이런책방에 들를 수 있기를. 여섯 사장님들! 아름다운 하동을 책과 함께 계속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