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환불 불가에서 전액 환불까지

소상공인 광고 사기 피해, 중재로 회복된 이야기

by 장유미 변호사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 박노해, <길이 끝나면> 중에서







‘광고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윤 사장님은 누구보다 열의가 넘치셨습니다. 잘 알던 분야는 아니지만 성실히 열심히 배우면서 일하면 자영업자의 고비라는 2년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본사에서 제안하여 진행하는 마케팅이 있었지만, 윤 사장님은 할 수 있는 한 다방면으로 가게를 홍보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한 어느 날 늦은 오후 즈음,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사장님 가게를 인터넷에 소개해 보시죠. 요즘은 온라인 홍보가 대세예요. 저희가 맛집으로 선정해서 홍보해 드릴게요. 상권 분석도 다 해드리고 계약 체결하는 즉시 바로 노출됩니다.”


전화 너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기에 사기라는 의심은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 사장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한 번 해보죠”라는 말과 함께 신용카드로 100만 원 결제했습니다. 광고로 손님이 늘어나기만 하면 마케팅에 투자한 본전은 금방 되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단 2시간 만에 깨달은 불안

그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계약서를 다시 살펴본 사장님은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광고 선정 기준이나 운영 방식이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오후 6시 30분, 결제를 취소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없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마케팅 회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장님 계약은 이미 진행됐어요. 약정기간이 1년이고 폐업 또는 양도가 아닌 사유로 1년 전에 해지하시는 경우 1년 이용비와 위약금을 제외한 비용만 환불됩니다. 사장님의 경우에는 환불받으실 금액이 8 만원 정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냉정함과 단호함이 섞여 있었습니다. 윤 사장님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취소 안 하면 신고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마케팅 회사는 구두로 다 설명하였고 녹취도 하였기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 맞고, 신고하셔도 무방하다는 대답만 늘어놓았습니다.

법의 문을 두드리다

윤 사장님의 사연을 듣고 관련 자료를 찬찬히 살피던 중에 마케팅 회사가 주장하는 근거가 부실한 지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일단, 그토록 당당하게 운운하던 위약금은 계약서나 이용약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서에 ‘주문제작 상품으로 계약금 환급금 미발생’, ‘도메인과 호스팅 구매 전 계약 체결 당일에 환급 가능’ 등이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마케팅 회사가 윤 사장님에게 계약 체결을 유도할 당시에는 안내하지 않은 내용들이라고 합니다. 마케팅회사에 도메인과 호스팅을 구매내역을 문의하자 상대방의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줄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만이 되돌아왔습니다. 마케팅 회사가 내세우는 ‘맞춤형 서비스’라는 말은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겉포장에 불과했습니다.

저희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정식으로 중재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계약 체결 당일에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실제 호스팅과 도메인이 구매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계약금 환불을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주문제작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계약 후 아무런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는 소비자가 취소하더라도 사업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완고한 태도는 법 앞에서 바뀌었습니다.

중재신청서가 접수되기 전까지, 마케팅 회사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환불 시 1년 이용금액과 위약금 제외.’ 그들의 목소리는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중재기일 통지서’가 송달된 다음 날, 마케팅 회사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윤 사장님의 연락을 피하기만 하던 마케팅 회사에서 먼저 전화해서 “사장님, 환불 처리 진행하겠습니다.”라고 했답니다. 결국 결제금액 전액이 취소되었습니다. 그토록 단호하던 그들이, 법의 이름 앞에서는 말없이 물러섰습니다.


사장님은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습니다. “카드 취소 알람이 온 그날, 잇몸이 가라앉았습니다. 너무 오래 신경 쓰느라 밤마다 이를 갈았거든요.” 그 말에 저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잇몸이 무너진 자리에, 그간의 억울함과 긴장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던 겁니다.


중재는, 혼자서 버티던 마음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사장님은 말할 곳이 없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환불 불가”를 반복하는 직원들, 실체 없는 약관과 알 수 없는 “서버회사” 운운하는 답변들, 그리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하루의 노동.


피해는 분명 존재했지만, 그 피해를 설명할 언어도, 다툴 수 있는 구조도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느끼신 피로감은 돈을 잃은 고통을 넘어, 억울함과 답답함, 그리고 불안함에서 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이 혼자 감내해야 했던 불합리와 피로를 공적인 자리로 옮겨놓는 순간, 그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의 마음에서

윤 사장님의 중재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동일한 마케팅 회사를 상대로 한 신청서가 이미 여러 건 접수되었다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피해로 인해 언론에까지 보도되었습니다(광고해 준다며 1년간 게시물 3개...고소 통보에 "물어줄게" / YTN/).


저는 생각했습니다. “왜 사기 피해는 반복되는가?” 답은 사실 명확합니다. 피해자는 고단해서 말하지 못하고, 가해자는 그 침묵을 기대하며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에서 가장 쉬운 표적이 되는 이들은 늘,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는 소상공인들입니다.


중재에서 저희가 한 일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사장님이 오래 품어온 억울함을 법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바꿔 전달했을 뿐입니다. 마케팅 회사는 저희에게 진 것이 아닙니다. 사장님이 처음으로 자신의 권리를 법의 문장으로 말한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없어졌습니다.


권리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첫걸음은 늘, “아니요, 저는 이대로 넘어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기로 결심한 그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윤 사장님은 환불된 금액 이상을 되찾으셨습니다. 스스로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 그동안의 불안이 스르르 풀리는 안도감, 그리고 다시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의 기준 말입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 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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