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이혼만 하면 끝인 줄 알았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은 ‘언젠가’가 아니라 ‘그때’ 필요했습니다

by 장유미 변호사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내일 아침이 아니에요 지금이에요

바로 말해요 시간이 없어요

- 나태주, <바로 말해요> 중에서






늦었지만, 이제는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분은 올해 일흔넷이십니다. 사십 년 가까이 혼인 관계를 유지해 온 배우자와 이혼한 지는 아직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분이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배우자의 부정행위. 더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했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이혼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말하며 상담실에 앉아 계셨습니다.


이혼만 청구하면, 정말 이혼만으로 끝날까요

그분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이혼 사유가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굳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에는 이혼만 기재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으니, 이혼 자체는 다툼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예상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소장을 받은 배우자는 즉시 변호사를 선임했고, 곧바로 반소를 제기해 왔습니다. 반소의 내용에는 이혼은 물론, 위자료와 재산분할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금 2억 원뿐 아니라, 그분 명의로 되어 있는 집까지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은 크게 당황했지만, 잘못한 게 없으니까 상대방의 과도한 요구는 받아들여질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조정은 법대로가 아니라 합의대로 결정됩니다

조정기일에 그분은 홀로 나가셨고, 상대방은 변호사와 함께 나왔습니다. 조정실에서 오간 이야기는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무엇이 법적으로 옳은지보다,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절해야 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조정은 판결이 아닙니다. 법원이 정답을 내려주는 자리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서로 조금씩 물러나 합의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법대로보다 합의 가능한 선이 더 중요합니다.


그분은 그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했고, 누구의 조력도 받지 못한 채 상대방의 요구에 가까운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분은 조정조서에 서명했습니다. 3년에 걸친 이혼 소송으로 많이 지쳐있었기에, 이제는 끝났다는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이제 다 끝났구나.”

그분은 그렇게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문제는, 조정이 끝난 뒤에 시작되었습니다

조정조서에 따르면, 그분은 2026년 5월 30일까지 전 배우자에게 현금 2억 원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분에게 그만한 현금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집에 가압류가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혼 후 이미 집을 나와 있었기에, 가압류 결정문을 받아본 적도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가압류는 이혼 소송 초기, 상대방이 재산분할금을 보전하기 위해 신청해 둔 것이었습니다.


가압류가 설정된 상태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미 선순위 저당권도 있었기에 은행은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가압류는 왜 지금도 풀리지 않을까요

이혼을 했으니 가압류를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분은 법무사를 통해 가압류 취소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결정문을 살펴본 저는 그분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안 됩니다.”


이혼 조정은 성립되었지만, 재산분할금 지급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에, 상대방의 권리는 여전히 장래의 채권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여전히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동의하여 가압류를 해제하거나, 가압류 해방공탁금을 공탁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이 합의해 줄 가능성은 극히 낮고, 해방공탁금은 반드시 현금으로 공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가압류는 그렇게, 그분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은 나중에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만약 그분이 처음 이혼을 결심했을 때, 단 한 번이라도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다면 조정조서에는 반드시 이런 문장이 들어갔을 것입니다.

“본 조정 성립과 동시에, 상대방은 가압류를 즉시 해제한다.”

이 한 줄이 없어서, 그분은 지금도 집을 담보로 한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헌법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조문상으로는 체포·구속된 자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그 취지는 명확합니다. 법 앞에서 홀로 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그 보호는 형사사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가압류. 이 모든 절차는 법률의 언어로 움직입니다. 그 언어를 모른 채 혼자 들어가는 것은, 지도 없이 낯선 숲에 들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사의 마음에서

변호사의 조력은 많이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분은 말하셨습니다.
“그때 조금만 알았더라면… 변호사를 한 번만이라도 찾아갔더라면.”


법은 벌어진 사건을 뒤늦게 수습하기보다는 미리 막기 위해 더 잘 작동해야 합니다. 그 역할을 돕는 것이, 제가 변호사로서 하고 싶은 일입니다.


유노이아 법률사무소, 장유미 변호사 입니다.





법과 삶, 그리고 문학이 만나는 자리.
한 편의 시와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유노이아의 법률 에세이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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